샹들리에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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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에 수록된 단편들중 무작위로 하나씩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미진이'를 받았다.

미진이.

짧은 단편을 오래 읽는다.

살아내는 건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에게 가혹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족을 만들고, 친구를 만들고, 연인을 만들어 견디는 것인지도 모른다.

성장할수록 나의 외부도 성장하며 여전한 힘으로 공격해 온다.

어른들은, 그나마 얄팍한 경험에 의지해 그 때는 그런거라고 말을 하지만, 지문처럼 각기 다른 삶의 형체를 단순하게 규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도 없는 시기. 미진이의 방황과 엄마의 우울증, 더이상 응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 하루아침에 밀려난 느낌.

미진이는 가출을 하고, 학교마저 자퇴를 하고 제 세상을 찾아보기 위해 애쓴다. 두려움.

혼자 서야하는 막막함. 서툴고 힘겹지만 해내야 한다.

당당하게 '내 삶이야.' 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청소년기의 혼란과 정체성의 모호함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일. 김려령 특유의 섬세함이 담뿍 배어있다.

쌓인 경험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예상한 틀을 완전히 깬건 아니지만 그렇지..그래야지 응원하게 되고 어쩜 좋니, 덩달아 안타까워지는 단편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거나 보호해야만 할 대상이 아니라 어른과 다름없이 세상에 맞서는 동지이거나 전우일지도 모른다.

철없다고 말해버릴 수 없는 이유다.

조금 미숙하고 덜 단련되었을 뿐이며 타협하는 법을 모를 뿐이다.

중력이 모두에게 공평하듯, 세상은 모두에게 가혹하다.


미진이를 읽는다

미진이를 얻었다.

수많은 미진이가 어디든 있겠다.

같이 살아내자 친구!

어깨를 토닥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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