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1일 법정스닙이 입적하셨다.
2011년 3월 11일 일본에 쓰나미가 왔었다.
2013년 3월 11일 북한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백지화한다고 했다.
2014년 3월 11일 한국과 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작년? 작년엔 내 친구가 책 폭탄을 쏘았다.
올해도 여전히 책 폭탄이 날아왔다.
장바구니에서 가격때문에 자꾸 밀리던 것들과 못 읽고 쌓아둔 것이 미안해서 차마 구입하지 못하고 머뭇대던 책들을..
받게 되었다.
지인으로부터 시집도 ..
이 모든걸 기프티북으로 받는다. 세상 좋아졌다고 혼자 고개를 주억인다.
딱히 먹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노는 것도, 치장을 하는 것도,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히키코모리의 지인들 답게 다양한 책들을 보내주었다.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생일이라는 말..어쩐지 쑥스럽고 어쩐지 민망한 날이다.
축하해요..라는 메시지를 들여다보며 감사해요..라는 답장을 보내놓고, 뭘 축하받아야 하는거지? 라고 한참 생각했다.
한 사람 분의 공기를 축내는 것 외에 달리 보탬이 되는게 없는데 말이다.
멀리 있으며 얼굴도 모르지만 '지인'이라 칭해지는 사람들의 선물..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축하받을만 했다.
자신도 기억해두지 않는 날짜를 기억해 주는 이들이 있다는 건 축하받을만 했다.
그래..잘 태어난거네..
내가 잘 태어났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할만 했다.
감사할 충분한 이유이다.
미역국도 안먹고 아침도 점심도 건너뛰었지만..저녁은 챙겨먹기로 한다.
잘 살아보자고..그래야 잘 읽을 수 있다고..잘 태어났다고..그냥 고개만 끄덕이며 수긍하기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