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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톰
매튜 매서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어나니머스는 북한의 고급정보를 해킹하고 공개하겠다고 했다.
개인정보 수억개가 온갖 해킹으로 털렸다.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수사발표는 언제나 추청으로 끝났다. 단 한번도 범인이 잡히지 않은..
대학을 졸업할 즈음 PC라는 개념이 생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발언이 연식을 커밍아웃하는 것인지는 알지만 어쩔 수 없다)
C-Language를 배웠고 MS-DOS라는 것이 있었다.
고작해야 핑퐁이 전부였던 해상도는 낮고 키보드는 거의 타악기 수준으로 따그닥거렸던 시간.
먼 이야기 같은가. 고작해야 30년 안팎의 이야기이다.
약속을 잡고 초조하게 기다리다 길이 엇갈린 연인들은 다방 쪽지판에 자신이 다녀갔음을 적어두곤 했다. 그 때, 서로의 위치를 궁금해하며 어디쯤 있는지 알 수 있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거다.
우스갯말로 먼 미래엔 모두가 전화기를 들고 다닐꺼야..라던가
손목에 그려진 시계에 대고 '2호 출동~!'이라고 외치고 까르르 넘어가던 기억.
그렇게 웃을 수 있었던 건 말 그대로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거다.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시계에 대고 이야기 하다니..물론 우리의 키트는 잘도 불려나오곤 했지만 ..
하이텔, 천리안, 파란 화면의 마법은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에 공간을 뚫고 들어왔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핵융합이 이뤄지듯 강력하고 빠르게 일어난 이 상황에 인간은 얼마나 적응하고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정보는 힘이 되었고 적과 아 사이의 정보전은 상대의 숨통을 찾는 일 만큼 중요한 일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는 건 신기하고 위험한 일이다.
정보가, 제어가 힘이 되고 무기가 된다는 것. 그 모든것이 촘촘하게 짜여진 그물망이 되어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악당이 노리고 싶은 지구 정복의 핵심 키가 아닐까?
개별적인 정보의 해킹과 통제도 인간을 파괴하는데 얼마나 치명적인가 하는 것은 다양한 영화를 통해 예견할 수 있었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라던가 하는 영화들..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대상이자 피해자가 지구라면..
책을 읽으며 자꾸 영화들이 겹쳐졌다. 퍼시픽림, 배틀 쉽, 투모로우, 2012..
사이버 재난이라 불러도 좋을 상황.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가장 핵심적으로 사회와 체계를 떠받치고 있던 어떤 구조, 시스템의 정지.
사이버 테러.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고통과 막막함. 그것이 소소하다고 생각하던 일상 구석구석까지 치밀하게 들어앉은 온라인.
편리함과 신속함의 댓가로 통제권을 하나씩 내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싹해지기도 한다.
재난영화라고 해도 좋을까?
휴먼영화라고 해야 될까?
성장영화라고 하면 어떨까?
어쩌면 인류의 길목을 같이 들여다보며 분석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서사물이라고 해도 나쁘진 않을까?
말 그대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글이었다. 초반 서사는 좀 지루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긴 소설을 끌고 나갈 사람들의 등장이 생각보다 평범했다. 마치 아침 드라마나 주말 가족드라마의 사람들처럼 ..
앞으로의 전쟁은 핵무기 따위가 위협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공멸이라는 길을 택하지 않는다면..
살아남는 자가 승자라는 말처럼..이겨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 전쟁이라면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필시 정보의 통제와 장악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IT전문가라고 했다. 이 글의 작가는,,
그래서였는지 전문적인 지식들이 틈새를 메꾸고 있다. 용어를 찾아보게 되고 되짚어 보게 되고..그런것들이 현실감을 더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능한 소설.
진행중인 현실.
이 둘 사이의 틈은 어쩌면 너무 가까워져있는지도 모르겠다.
-보일러 켜졌대
-누가?
-보일러가~
CF의 한 장면이 현실인 것이 상상과 현실의 틈을 더 좁히고 있다.
PS. 이 와중에..P31.첫줄.
'나도 대학시절 어머니를 여위었고 --> 여의었고' 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