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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1.
신들의 나라 로마. 로마와 그리스를 떠올리며 신들을 떠올리는 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인간과 신들의 이야기로, 혹은 권력과 사랑의 이야기를 그득하게 담고 있는 로마. 사람의 이야기로 만나는 로마 역시 다르지 않다.
세상의 중심이었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신과 인간의 나라. 문명과 도시와 역사를 품은 그 곳의 오랜 이야기를 듣는다.
너무나 인간적인 신들의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신과 같은 권력을 쥔 인간의 이야기가 기록으로 전해지는 이 멋진 공간의 이야기는 호기심과 흥분을 품게 한다.
얼마전 그리스 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오래 읽었다. 말썽꾸러기 아이의 부모가 도대체 누구인가 궁금해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점점 왜곡되어가며 권력의 시녀가 되어가고 있는 민주주의. 그 중심에 있는 선거법에 대한 불신은 결국 추첨민주주의라는 그리스의 제도를 찾았다.
짧은 인문학적 소견과 정치사회적 개념의 부족은 그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피로감으로 돌아왔고 책을 덮을 그럴듯한 변명이 필요할 즈음 "로마의 일인자"를 만나게 된다.
그래, 그리스나 로마나..
이런 얄팍한 핑계거리로 집어든 책.
그 속에 사람이 있었다.
#2.
역사소설이라 해야할까? 그 내용들에 반드시 담겨있어야할 시대상과 시대정신.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보듯 세세하게 묘사되는 사람들의 모습에 몰입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가이우스 마리우스..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낯선 이름들. 거의 안면인식 장애급의 이름인식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길고 비슷하게 이어지는 이름들은 다소 힘겨운 장애가 되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던, 세계사 시간, 혹은 로마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들어본 이름들..
특히나 개인사와 같이 서술되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가운데 저절로 하나의 캐릭터로 머릿속에 우뚝 우뚝 제자리를 찾아간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결정되어지는 계급,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전, 상속의 문제 입양을 통한 재산의 증식, 동성애를 비롯한 사랑의 이야기.
사랑의 신 큐피드의 화살은 그토록 공평했다. 반드시 남자와 반드시 여자가 아닌..사람과 사람의 사랑을 위해 활시위를 떠났음이 분명했다.
권력의 주변에 모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인자의 자리를 위한 암투와 일인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
어쩌면 계급이라는 것이 이미 결정되어져 있는 상황에서 일인자가 되는 것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른다.
일인자의 자리를 향한 서로 다른 출발점.
지금의 우리와 닮아있나? 싶어진다.
그래서였을까? 권력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유난스레 사랑의 이야기만을 찾으려했다.
똑같이 반복되어지는 차별과 횡포를 인정하기보다 차라리 그 외의 것을 보며 연속성을 가졌으면 좋았을 것들을 기대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어째서 부정하고 싶은 것은 더욱 교묘하고 강력하게 유지되고 진화하는가.
#3.
권력의 이야기들은 다소 무겁거나 음산하곤 했다. 하지만 신화에 익숙했던 탓일까?
아니면 로마와 그리스의 역사는 신화의 결을 가졌기 때문일까? 유쾌하기까지 한 이야기에 슬쩍슬쩍 웃음을 머금는다.
다소 외설적일 수 있는 장면들을 유머러스하게 다소 껄끄러울 수 있는 장면을 로맨틱하게 그려낼 수 있는 건, 필력이리라.
로마의 정치제도와 계급간의 관계, 정치 사회적 상황들이 인물들의 발걸음과 만남과 오해하고 그리워하는 모든 과정 속에 녹아있다.
부드럽고 적절하게 ..마치 아이스크림 속에 박혀있는 사탕처럼..
일인자가 된다는 것은 숙명일까? 일인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 그들에게 '일인자'라는 목표만이 아닌 "좋은 일인자"가 되고자 하는, 그것을 위해 스스로 단련되는 과정을 감수할만큼의 용기와 너그러움을 기대하는 것이 과욕이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잘 짜여진 이야기들과 인물.
이야기의 촘촘한 구조는 다소 복잡할 수 있는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책을 펼치고 마지막까지 읽어내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을 하며 짬짬이 읽다보면 한동안 잊기도 한다.
오랜만에 책을 놓았다 다시 읽기까지 조바심을 내며 읽었다.
어찌되든 한 챕터를 마무리하고 놓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읽는다.
마치 "다음 이시간에.."라는 드라마의 마지막 자막을 보고 다음 시간을 기다리듯 말이다.
이제 1권.
다음 책이 기대된다.
고스란히 드러난 로마..그 넓은 대로에 우뚝 서 지나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그들이 들려주는 일인자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처럼 흥미롭다.
권력의 이야기란 그렇게 뒷골목이나 대로의 수다쟁이들의 입을 통해 들을 때 더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로마로 걸어들어간다.
오랜만에 제 몫을 톡톡히 해낼 책을 만난 느낌이다.
신들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밀리에 전해지는 신탁처럼..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