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적 체질을 사들고 온 날. 제목만 오래 보았다. 어떤 노래가 들었을까 짐작해보려는 것이었으나 짐작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처'라는 말에 몰입되어 처연해지고 애처로워지기 시작했다.
상처를 애써 피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시집의 제목은 운명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사람도 있다는 새된 비명처럼 느껴졌던것이다. 슬퍼하거나 아파할 준비를 하고 시집을 뜯어 씹고 우물거린다.
이런..
상처적 체질은 맵싸했다. 기꺼이 상처받겠다는 한 사내의 선언 같았다.
마치 사랑하는 그니를 찾아 혹은 내것이 아니어도 그것이 사랑이기에 무심한듯 시크하게 심장의 한켠을 베이겠다는 선언같은 것이었다.
시집을 덮으며 돈키호테구만..하고 책장에 나란히 꽂힌 시집들 사이가 아니라 맨위에 올려두었다. 체질개선이 필요할 때마다..할매가 입이 심심하면 다락 문 뒤의 박하사탕을 꺼내 입에 물듯 뒤적거리기에 좋겠다 싶어서 말이다.
아직도 상처적체질은 약빨이 좀 듣는편이긴하다. 신약들이 쏟아지는 때에 아직도 간혹 꺼내드니..

 

김광석의 노랫말로 더 유명한 류근의 새 책.

페이스북에서 한꼭지씩 읽어보던 주인집 아저씨와의 에피소드는 신선했다.

그 이야기들이 묶여나왔다.


로시난테를 닮은 자전거와 집주인아저씨의 이야기..슬몃 웃다가 웃음 끝에 달리는 애잔한 물음들을 되받는다. 
아..되물음이 있는 이야기는 힘들다.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가면 좋으련만 살아 온 세월동안 닳고 물빠진 만큼 영악해진 촉은 그것을 감지하고 만다.
어쩌면 이이의 체질은 여전한지도 모르겠다.

과하게 비현실적인 비주얼(죄송)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팔등신일줄이야.팔등신이 뭐야 구등신도 되겠네..

휘리릭 넘겨가며 가볍게 읽힐거라고 별의심없이 손댄것이 실수였다.
시집을 사오던 날만큼의 머뭇거림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왜?
싸나희 순정은 상처적체질인 두 남자와 로시난테의 대화인 까닭이다.

시바, 조낸으로 점철되는 서슴없음이 애잔하기까지 한 두 남자의 삶의 대화와 그 자리의 목격자처럼 우직하게 지켜보는 로시난테를 닮은 주인아저씨의 자전거.

나는..이 자전거의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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