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어떤 유명인이 티비에서 튜링을 언급했다.

숭고한 죽음을 선택한 사람으로..자신이 존경하는 존재라고 역설했다.

의외였다. 아니 어쩌면 수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입에서 튜링의 이름이 나오는게 낯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영화화 되고, 그 유명한 셜록..베네딕트 컴버비치의 캐스팅으로 나 역시 영화를 손꼽아 기다리지 않았는가..

 

 

 

 

 

 

 

 

 

 

 

 

 

 

독일군의 암호체계를 풀어낸 수학자..천재 수학자..그리고 동성애자.

 

오늘 아침 내가 자주 들락거리는 커뮤니티에서 "영화와 책, 어느 것을 먼저 보겠는가"라는 질문을 누군가 했다.

노예 12년, 위대한 개츠비..영화를 먼저 보았다.

단언컨대..튜링은 책을 먼저 보는게 낫다.

영화를 좀 더 심도있게 이해하기 위해, 스크린 뒤에 가려진 튜링의 고뇌와 질곡을 조금 더 비근한 온도로 체감하기 위해서는 책을 먼저 보는게 낫다.

 

청산가리가 묻은 사과를 스스로 베어문 튜링.

그것이 애플사의 로고가 되었느니 어쨌는니 하는 논쟁은 관심없다.

그가..화학적 거세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과..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 지을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모순이 더 깊이 눈에 박히는 탓이다.

 

아마도 동성애 코드는..튜링 조차도 풀어낼 수 없었던가보다.

문득..콜레라가 아닌 명예자살이었다는 차이콥스키와 동성애의 굴레를 벗어내지 못했던 라벨이 생각났다.

아름다운 사람들..빛나는 사람들을 이렇게 맥없이 잃어도 좋은건가?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사랑조차 사회적으로 허락을 받아야 하는 성소수자의 문제..존재 자체가 투쟁이라는 그들의 설움이 천재 수학자의 이야기 속에서 절절하게 느껴진다.

 

 

 

 

 

 

 

 

 

 

 

 

 

 

 

 

중요한 건..천재건 아니건, 동성애자건 아니건.."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다. "사람"이..거기 있었다는 거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나치의 애니그마보다는 좀 더 복잡하겠지만..

이 코드를 푸는 날이 꼭 오리라고..그래야 한다고..혼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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