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과일을 그리 자주 먹은 것 같지 않다.

워낙 속이 찬 사람이라 과일을 많이 먹으면 곧잘 배탈이 나곤 해서 그다지 입에 달고 사는 편은 아니니 말이다.

그래도 귤 하나만큼은 욕심껏 양 손에 쥐고 먹을만큼 좋아한다. 다른 계절의 귤 말고..추운 겨울의 귤.

이가 시려 눈을 잔뜩 찡그리면서도 그 차가운 귤이 좋다.

 

특별하지도 않은 기억이 하나 있다. 누구나 그렇듯 손바닥이 노래지고 얼굴이 노래지고 설사를 할 정도로 욕심껏 귤을 먹고는 혹여 큰 병이나 난건 아닌가 부모님을 걱정시켰던 기억말이다.

귤을 좋아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너도 나도 '노랭이'가 되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서재에 올라온 귤 사진을 보게 되었다.

판매하려는 용도가 아닌지라..과일가게에 새초롬하게 새색시처럼 앉아있는 귤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투박하고 말끔하지 않은..

 

천재가 천재를 알아보고 타짜가 타짜를 알아보는 법 아닌가.

투박하고 못생긴 귤이지만, 새들이 쪼아댈 정도라는 말에 옳다구나..파세요~!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공동구매..

 

급작스레 팔게 된 - 사실 택배비만 지불한 것이다- 지인도 당황스럽고..그렇게 후다닥 홀린듯이 사버린 나도 재미있었다.

많은 귤을 많은 사람에게 일일이 보내야했으니 오죽이나 수고로우셨을까..

 

 

 

 

 

상한 것 처럼 찍혀서 속상하네..상한 것이 아니라..투박한 것이다.

어릴 때 한겨울에 장갑도 없이 뛰어놀고 하다보면 겨울 어디쯤에서 확인한 손등이 바로 저랬지 싶다.

그저 내버려두고 저절로 열린 "자연스러운 귤"

이런 귤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에게도 보내주세요~! 하며 일을 만들어드린것이 영 죄송하다.

 

친구도 잘 받았다며 연락이 왔다.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휴무. 집에서 잔뜩 쌓인 달콤한 귤과..잔뜩 쌓인 책들을 끼고 새콤달콤한 새 해를 시작해야겠다.

서둘러 배송해주시느라 몸살나신건 아닌지..걱정이 앞서는..

 

보답할게 뭐 없을까? 생각하다..북플에서 '읽고 싶어요' 해두신 책 중 하나를 골라 기프티북으로 보내드렸다.

제대로 갔을까 몰라..

덩달아서 나도 한 권 주문하고..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내년도 잘 살아내자구요~!!!"

 

 

 

      귤 두 상자의 행복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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