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지나면서 유난스레 소설류(소설 장르를 별로 읽지 않는 것에 비해..)를 많이 읽었다.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까닭이다.

쉽게 이입이 되는 성정은 소설을 읽고 나면 오래도록 그 잔상에 힘들어했다. 감동적인 문장이 아닌, 말 그대로 심정적인 동요가 일어난 부분에 그어진 밑줄은 어느 순간 울타리가 되어 소설 속에 가두곤 했다.

그래서 꼼꼼히 보지 못하고 휘리릭 읽어버리거나, 쉬이 선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문서를 많이 읽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다가 쌓아두며 만족하는 허세족일지도 모르겠다. 오래도록 끼고 다니며 번갈아 펼쳐보는 시집이 그나마 위안이 되곤한다. 시집을 리뷰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리뷰는 늘 어렵다.일천한 이해력과 조악한 문장력이 빚어낸 결과물이 얼마나 옹색한지 너무 잘아니까 말이다.

 

어쨌든 책은 사고, 읽거나 읽다 덮거나, 아예 펼치지도 못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도 책친구가 생겨 "이거이거..이거 읽자!"라고 안달을 하면 흔쾌히 '그러자'해주는 이가 있다.

2015년 첫 책으로 읽자고 약속한 책.

 

  공안정국과 닮은 시기를 산다. 거짓 자백을 위해 고문하던 시간이 그리 멀지 않다.

 그렇게 내어놓고 고문하진 않아도 심리적 회유와 협박은 여전하지 싶어진다.

 어이없는 수사의 결과물을 내어놓고 믿으라고 믿지 못하면 불량하다고 우기는 시기를 또 산다.

 수십년이 지나서야 무죄판결이 나는 사건들.

 

 종철군의 기억과 한열군의 기억이 더욱 또렷해지는 요즘이다.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소설을 읽지 않아도 저절로 울컥해지는 때..무엇으로부터 기인한 건지, 어떻게 허위자백이 가능한건지 알아야겠다.

 

 

 

 

 

친구에게 선물을 받고 밀린 책들 뒤에 살짝 넣어둔 책도 있다. 읽어야지..

 시인 하이네와 마르크스의 우정. 두 권의 책이 하나에 담겼다.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것도 같지만..이제는 하이네의 시 행간에 감추어진 혁명의 의지를 읽어낼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공산당 선언..새내기 시절 제본된 공산당 선언을 선배에게 받아 읽었다.

 그 긴장감이란..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일어나 최대한 낮게 조절된 스탠드 불빛에 투박한 타이핑으로 쳐 낸 공산당 선언을 읽는 것..그것을 읽는 순간 내 속에서 혁명은 시작되었던 것 같다

 모르고 살 것인가 알며 살것인가..나의 존재성과 사회성, 정치성을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잠깐 "세상 참 좋아졌네..이런 책이 막 나오고.."하는 늙다리 꼰대같은 생각을 했다.

 좋아지긴..아이고..

 

 

 

 

  근대에 맞서는 근대..다양성의 사회를 사는 지금, 하나의 이데올로기와 하나의 체제만을 인정하라고 한다.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밀려나고 내쳐지고 있는지..아직 벗어내지 못한 근대성에 대한 고찰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한국"적" 자본주의가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여야만 하는 장하성교수의 글도 더불어 읽힐 것 같다.

개발과 이윤에 밀려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그려낸 정낙추의 복자는 울지 않았다도..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실상으로 더할 나위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1월..

조금은 딱딱하거나 암울할지도 모를 책들을 목록으로 잡는다.

물론 간간히 숨돌리기처럼 시집을 뒤적이고 또 다른 책들을 사들일게 분명하지만..단단하게 시작하고 싶다.

그리고..그렇게 정리가 되면..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더 오롯이 기억하도록 복습해야할 일이다.

 

 

 

 

 

 

 

 

 

 

 

 

 

 

정치인, 전문인, 그 무엇보다 끌어안고 지켜내야 할 "굴뚝인"에 대한 마음 나누기와 응원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남은 이틀..

2014년의 악몽들을 쪼개고 부수어 현실이 되지 않게 할 방도를 궁리해봐야겠다.

그래봐야 책읽기로 끝날 지도 모르지만..

 

아디오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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