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인 좋아하세요? 라는 물음에 딱 떠오르는 시인이 있다면..정말 좋아하는 시인이거나 유명한 시인일게다.

나의 경우는 최승호, 최승자,(마치 남매처럼 비슷하게 닮은 이름들..), 함기석, 오은, 유희경등이 먼저 손에 꼽힌다.

도대체 취향을 알 수 없다고 누군가는 쥐어박는 소리를 했다. 젓갈을 좋아하면서 스파게티도 좋아하면 이상한건가?

내가 저들을 우격다짐으로 억지로 엮어보자면 '슬픔'이다.

조금 더 차고, 조금 더 날카롭고, 조금 더 끈적하며 조금 더 맑은 슬픔이라는 차이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슬픔의 시들이다.

 

 

 

 

 

 

 

 

 

 

 

 

 

 

 

 

 

 

그리고 최근 이 시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졌다.  그저 이것 저것 묶어놓은 것이 아니라 잘 쓰다듬어 뒤섞이지 않게 깔끔한 구절판이나 신선로처럼 내어놓는 묶음집들도 많아졌다.

그 중 두 권을 오래도록 펼치게 된다.

 

  순간을 읊조리다..영원한 귓속말..

 두 제목이 서로 마주하는 것이 재미있다. 순간과 영원..

그러나 그 목소리는 비슷하게 닮았다. 낮고 조용한 읊조림이며 속살대는 귓속말..

 

 

 

 

 

 

 

 

 

 

 

사실 순간을 읊조리다를 더 오래 끌어안고 다닌다. 왜냐하면..유희경 때문이다. 작년..나는 유희경의 맑은 슬픔에 매료되었다. 몇마디 안에 갇힌 슬픔. 그래서 좋았다.

 

아, 아직 미출간이긴 한데 곧 출간 될거라는 소식을 SNS로 알게 된다.

 

 

 

 

 

 

 

 

 

 

 

 

 

 

"16시" 라는 제목으로 나오는 세 권의 책에 관심과 기대를 하게 된다. 아직은 '유희경'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누가 아는가? 이것을 통해 나는 또 다른 이들과 만나게 될지 말이다. 책등에 베이다를 보며 '이로'라는 작가를 눈여겨 보게 되고, 어렵지 않게 책등에 베이다를 권하곤 했다.

 

『16시』는 시인과 타이포그래퍼가 한 짝꿍을 이뤄 만드는 작품집이다. 『16시』는 제한된 16쪽의 평면을 시인과 타이포그래퍼에게 제공하고, 짝꿍은 이 공간을 채운다. 그 채움의 형식은 협업이 될 수도, 대결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온전히 짝꿍의 몫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작업이 짝꿍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시와 타이포그래피가 한몸이었던 적이 있었다. 『16시』는 과거를 굳이 발판 삼지 않고, 시간이 흐르며 나뉜 둘을 다시 합쳐보는 작은 놀이이자 실험이다. 『16시』의 놀이와 실험은 어떤 시곗바늘도 16을 가리키지 않는 세계에서 펼쳐진다

 

놀이와 실험..이 두 단어만으로도 뭔가 가슴속에서 쿵쾅거리며 호기심이 일어나는 것이다.

 

11월이 꼿꼿하게 마주 선 걸음으로 성큼 다가왔다. 곧 떠나갈게다. 한쪽 다리가 휘어 휘청거리며 12월이 되어질게다.

어쨌든..16을 가리키지 않는 세계에 대한 기대가 점점 증폭된다. 출간 알림을 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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