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승리 - 골리앗과 투쟁한 한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
릴리 레드베터 외 지음, 이수경 외 옮김 / 글항아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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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평등,자유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여지는 지금. 정말 평등한가? 정말 자유로운가? 에 대한 물음에 얼마나 긍정적인 답을 내어놓을 수 있을까? 다양한 불평등의 현상들과 마주선 힘없는 이들의 싸움은 얼마나 많은 곳에서 다양하게 일어나고 진압되고 있을까? 를 생각하게 된다. 노동현실이라는 것이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라는 것이 결국 단순한 분배의 대립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또다른 조건에 의한 대립까지 끌어안고 있는 복잡하고 잔인한 대립관계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승리를 담보할 수 없는 싸움. 그러나 누구든 시작하지 않으면 더욱 깊어지고 악화될 모순앞에 한 여인이 마주 선다.

 

특별할 것도 없는 릴리의 성장기와 가정환경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시작된다. 어느 곳에서도 그녀가 대기업 굿이어와 소위 말하는 맞짱을 결심하게 될만한 서사는 없다. 조금 더 가난했고, 조금 더 삐걱대는 가족들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의 막장드라마라 일컬어지는 극들을 보면 그 역시 대단치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느 날 받은 쪽지 한 장.

성실한 노동자였던 그녀는 그 쪽지에 쓰여진 남성근로자들과 자신의 임금에 큰 격차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결국은 승리하고 법안으로 채택되어진다.

대기업과의 싸움이 가져오는 물리적 피해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보여지는 기업의 횡포와 다르지 않다. 그 싸움을 끌고 가는데 필요한 인적,물적지원과지지..그 역시 비슷한 행보를 갖는다. 그렇다면, 릴리의 싸움이 승리하고 권익을 법적 보장 받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와 같은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는가에 대한 반문이 생기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김진숙씨의 고공크레인에서의 사선을 넘나드는 싸움이 떠올랐다. 희망버스가 생겼고, 각계각층의 성원이 있었다. 과정에서 안타까운 떠남들도 있었다. 어쩌면 릴리의 싸움보다 더 치열했고 간절했던 싸움이었지만, 과연 승리한 걸까? 아직도 진행중인 한진중공업의 싸움. 물론 여성이어서, 여성노동자의 권익투쟁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싸움은 지난했었다.

여성이어서 받게되는 불평등한 대우와 부조리한 처사를 겪는건 어쩌면 암묵적으로 합의된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 역시 같은 일을 하면서 배려라는 미명하에 중요한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혹은 가장이 아니니까, 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에 말려 적잖이 임금에 손해를 보곤했었다. 여자니까. 여성의 근로수입은 보조적 수단으로 치부하며 조금 낮게 책정되는 것에 대한 변을 하는 이들도 있다. 급여는 근로의 댓가이며 노동을 화폐가치로 환산한 것이 분명하다면, 여성이라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조건에 의해 과소평가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승리한 릴리와 승리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여성 근로자들의 싸움.

정당성과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이 싸움을 공명정대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주어야 할 사람들과 조직의 문제는 아닐까? 우리나라 여성근로자들의 투쟁으로 대표되는 YH사건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 긴 시간동안 무엇이 바뀌었을까? 홈플러스 근로자들의 투쟁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비정규 노동인력으로 취급당하는 여성의 노동력과 가치를 어떻게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 이 불평등과 부조리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내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100miin 이벤트를 통해 책을 받고 읽다가 다른 이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해졌었다. 혼자만 벌컥대는건 아닌가 싶어서..

하지만, 리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니, 단 한건의 리뷰도 찾지 못했다. 캠페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100일간 100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통해 좋은 책을 널리 알리는 캠페인” 어쩌면 이렇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책이라면, 온나라 곳곳에서 투쟁중인 여성노동자, 아니 여성 뿐 아니라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는 이들에게 좋은 경험의 공유와 위로가 될 수도 있는데..

생각이 이렇게 번지자 착찹하고 안타까웠다.

 

이 땅에서 어떤 식으로든 급여를 받고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노동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읽어낼 수 있는 책이겠다 싶어졌다.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문은 필사해서 두고 싶을 만큼 뜨거운 글이었음을..

 

<릴리 레드베터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문>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중 많은 분들이 물을 겁니다. 저기 연설대에 있는 앨라배마에서 온 할머니는 누굴까? 제가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에 저보다 더 놀랄 사람은 없을 거라 확신합니다. 저는 미국의 공정함과 평등에 대한 약속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 약속이 배신당한다면 저와 같은 사람들, 여러분과 같은 사람들은 고통 받을 것입니다.

  여성 평등의 날에, 여성들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준 법의 개정이 승인된 것을 축하하는 이 날에 제가 연설을 하게 되다니 이보다 멋진 일이 있을까요? 우리는 축하해야 하지만 또한 기억해야 합니다. 평등을 위한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앨라배마의 개즈던에 있는 굿이어 타이어 공장에서 여성 현장감독으로 일을 할 때 저는 개척자였습니다.

  제게 요구된 많은 일을 저는 백퍼센트 다 해냈습니다. 저는 다른 남자 직원만큼 일을 해냈습니다. 하지만 굿이어에서의 19년이 끝날 무렵. 같은 일을 하는 남자들만큼 돈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우편함에 들어온 익명의 쪽지는 제가 옳았다는 걸 확인해주었습니다. 제가 한 일에 대해 칭찬은 할지라도 굿이어는 다른 남자 관리자들에 비해 제 임금을 더 적게 인상했고, 이런 일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한 차이가 제 가족들의 삶에 영향을 주었고, 지금의 은퇴 이후 생활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불의를 알아차렸을 때, 그냥 넘어가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이러한 차별을 묵과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법정으로 갔습니다. 배심원들은 제 편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들은 저의 고용주가 법을 위반했고, 제게 빚진 것을 보상해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그 평결이 화사에게 쓰라린 가르침을 주고, 그들이 다시는 여성을 불공평하게 대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굿이어는 항소를 했고, 결국 대법원으로 갔으며, 5대4로 우리의 최고 법정은 큰 회사의 편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굿이어가 더 적은 임금을 지급하기로 처음 결정한 뒤 6개월 이내에 제가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그런 처사를 제가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판사는 반대 의견에서 그러한 판결이 실제 삶에서는 비상식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녀가 옳았습니다. 하원은 제게 일어났던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상원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이 표결을 저지했습니다.

  여성의 평등한 권리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투표를, 우리는 용인해서는 안됩니다. 버락 오바마는 우리의 편에 서 있습니다. 그는 이런 끔찍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법을 강화할 판사를 임명하겠노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공정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몇몇의 공화당원들 그리고 많은 민주당원들이 우리의 편입니다.

  저의 소송은 끝이 났습니다. 제가 마땅히 받아야 했을 임금은 절대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공정한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이는 훨씬 값진 상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과 손자들은, 어느 누구도 제가 겪은 차별을 절대로 겪어서는 안 됩니다. 동등한 일에 대한 동등한 임금은 미국의 근본적인 원칙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싸워줄 리더가 필요합니다. 함께 일하는 우리 모두가 있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와 당연한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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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었다가..남의 나라 이야기가 된다.

과정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었는데..결론은 남의 나라 이야기인것이다.

그래서..더 오래 읽게 된다. 우리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자꾸 생기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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