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것도 병이라고 했다. 잘 읽으면이야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마는..읽는 것에 중독되어 금세 까먹을 것들도 악착같이 확인하고 읽어내고 싶어한다.
정보의 과잉 속에서 손해보지 않고 잘 선택하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언가 하나를 사들여도 속는 줄 알면서도 후기를 꼼꼼하게 살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을 보면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표현양태로 읽어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결과가 늘 좋지만은 않아서 때론 잘 못 선택한 댓가를 치르게 된다. 이상한 물건이 온다거나, 금세 망가진다거나.
문제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선택한 자신에게로 돌려진다는 것이다. 이상한 물건을 팔거나 내구력이 없는 물건을 팔거나 불량식품을 만들어낸 그들이 아닌..그런 물건을 미련하게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한다.
이런 된장..
읽는 것은 선택과 연관된다.
" 선택 이데올로기의 역설은, 현실에서 선택의 여지가 점점 더 줄어든다 할지라도 성공하지 못한 것은 자기 잘못이라고 믿어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 불안할 때 우리는 해야 할 것을 일러주는 권위자에게 너무 빨리 선택권을 넘겨 버리고 그와 동일시한다.(p13)"
이 문장을 읽으며 섬뜩했다. 자기 잘못. 이라는 말과 동일시 라는 말.
읽어야 할 기록들이 쌓여있다. 선택 뿐 아니라 선택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야 할 것들..잊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기록들이 있다.
세월호의 이야기 같은..
21세기 자본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고, 아직도 진정되지 않고 있긴 하지만 문학동네가 나름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것 같다.
문학동네 계간지를 세월호 특집으로 꾸려 재쇄에 들어갔다고 했다.
세월호 이후 작가들의 작품을 실은 책을 냈다고 했다. 보급형으로 가격도 낮추고 수익금도 전액 기부된다고 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자 하는 다양한 움직임"에 기부된단다. 이런 움직임이 좋다.
장바구니에서 읽고자 하는 책 다섯권을 들어냈더니..이 책 열권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사재기니 뭐니 해서 논란거리가 될까? ..하도 예민한 일들이 많이 생기니 조심스럽다.
정말 꼭 읽어둘 "기록"이다.
읽는다는 건, 잃지 않고 싶은 것일거다.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고 싶은 것, 혹은 획득하고 싶은 것.
또한 자신이 가진 것들이 하찮은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가진것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그래서..읽는다.
읽는 것은 선택을 종용당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피로감을 주는 글읽기라니..얼마나 재미없는 일인지.
이런 기록들이 쓰여지는 종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라는 부제가 멋지다.
종이의 역사와 이야기..정말 흥미롭다
이리저리 쌓여진 책들을 수습하느라 받아두기만 하고 아직 시작도 못했지만..
휘리릭 펼쳐보는 페이지들 사이에 그림이며 글들이 눈에 와 박힌다.
읽고 읽고 읽고...
쓰고..는 내 몫이 아닌고로 열심히 읽어댄다. 그렇다고 취미란에 "독서"라고 쓰진 않는다.
일상을 취미라고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
취미 :식사 후 양치하기..
이런거 웃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