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책
김개미 글, 노인경 그림 / 재능출판(재능교육) / 201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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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개미

개미가 쓴 사자책. 아주 작고 작은 부지런쟁이 개미가 크고 무시무시한 사자책을 쓴다. 
 작은 개미가 개미보다 작은 코안경을 쓰고 그 가늘기만 한 다리를 꼬고 앉아 가는 팔 다리보다 더 가는 펜을 들고 고민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제목과 함께 보면 그저 사자에 관한 책이구나 싶어진다.
하지만..사자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책에 대한 사자의 이야기다.
무슨 소린지는 보면 안다.

#2 나도 사자를 알고 있다.

 


겁도 없이 사자의 콧털을 잡아당기는 아이. 저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어쩌면 우리가 용기라고 생각하는 그것이 아이에겐 필요없는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용기보다 더 큰 작용을 하는 건 언제나 호기심이었다. 목숨걸고 쇠젓가락으로 콘센트를 후비적대는 일도 했었다고 나의 어린 시절을 엄마는 이야기해준 적이 있다.
위험을 알기 전, 호기심..
어쩌면 아이들의 책읽기도 그런건지 모르겠다. 호기심으로 먼저 손을 대게 되는것. 그래야 오래도록 친구가 될 수 있을게다.
등떠밀려 하는 일은 어떤 것이든 재미가 없다. 잘 하던 공부도 "공부 좀 하지"라는 말과 함께 김이 빠지며 하기 싫어지니 말이다.


도무지 입이 근질거려서 '책에 관한 사자'라는 부분을 참을 수 없다.
사자는 책의 다른 이름이었나보다. 매일 누군가 찾아주고 깨워주는 그렇게 친구가 되어 종일토록 놀아주는 책.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렝게티의 제왕 사자를 기르고 있었다고 생각해보면 얼마나 황당하고 짜릿할까?
하긴, 어릴 적 내게도 사자와 같은 것들이 있었다. 남생이가 있었고, 어린 왕자가 있었고, 마르코가 있었고, 앤도 있었고, 도로시랑 허클베리핀도 있었다.
그 친구들은 먼 나라에 있거나 산속에 있거나 우주 저편에 있었지만 언제든 만날 수 있었고 언제든 찾아낼 수 있었다.
친구들은 언제나 거기 있었고 내가 깨워주었을 때, 책장을 펼치며 "왕자야 노올~자!"를 외칠 때 단 한번의 거절도 없이 놀아주었다.
매일 같은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날은 장미의 가시를 관찰하기도 했고, 어느 날은 바오밥나무를 거꾸로 세워보기도 했으며 어느 날은 여우와 숨바꼭질을 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내게도 사자가 있었다.


오늘도 재미있었어. 내일 봐 사자야.
책을 덮고 누우면 사자도 잠을 잘까? 아침에 일어나서 깨워야하니까 필시 잠을 잘 것 같지만, 사자는 아마 깨우기 직전에 잠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참을 놀고 난 밤엔 어김없이 꿈을 꾸었다.
낮에 읽은 책에 나왔던 모든 친구들이 모여 낮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놀이에 어두운 밤이 무섭지 않게 했다.
온 방안을 휘저으며 잠을 잔다고 엄마는 잔소리를 했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거다.
아침에 일어나면 땀에 폭삭 젖어 있던 머리카락에도 이유가 있었던거다.
사자와 나만 아는 이유.



책의 앞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그려진 그림.
어쩌면 이 그림이 이 책이 말하려는 메세지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책에 그려진 다리와 꼬리와 귀..숨어있지만 누군지 알것만 같은 이 그림이 좋다.

# 3.그러니까

나는 이 책이 왜 좋았는지 모르겠다. 그저 표지만 보고 홀딱 반했다. 저 익살스러운 사자의 표정에 반해버린거다.
부시시한 머리가 아닌 매직펌이라도 한 듯 단정한 사자의 갈기와 오징어의 긴 다리 같이 훌쩍 긴 양쪽 한가닥씩의 수염. 마치 말의 고삐처럼..
미출간 상태로 계속 시간을 보내는 알라딘. 단골이기에 기다리다 기다리다 판매를 하고 있는 다른 서점을 기웃댄다.
언젠가 좋지 않은 기억으로 거래를 끊어버렸던 곳인데..결국 다시 그곳에 발걸음을 하고 구매했다.
사실, 이 책은(거의 모든 그림책이 그랬지만) 희미해지는 기억을 붙잡아 놓는다.
그랬지, 그랬어..라는 말을 무한반복하게 하는 그림책들이 요즘 부쩍 좋아졌다.
책욕심이 과해서 어느 순간 책에 깔려 죽을거라는 악담(?)을 듣곤한다.
실제로 책장위에 쌓아둔 책이 쏟아져 내린 적도 있다. 다 읽는 것도 아닌데 어쩌자고 자꾸 사들이냐는 핀잔에도 나는 자꾸 책을 산다.
살 수 없을 때는 얻기도 한다.
묻는다. 왜? 왜 이렇게까지.?

사자책이 답해준다.
초원에 동물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그 친구들 다 만나려면 아직 멀었어. 더 불러들여도 돼.
사자의 말이 맞다.
친구들을 구하러 또 나서보아야겠다.
사자야 고마워!


출판사가 재능교육인것이 좀..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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