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입맛이 없을 때면 식빵 테두리를 모아 마요네즈를 듬뿍 찍어서 먹곤 한다.
때때로 고추냉이를 잼처럼 펴바른 식빵을 우적우적 먹곤 한다.
밥공기에 밥을 얇게 깔고 치즈를 올리고 다시 밥을 깔고 베이컨을 넣고 다시 밥 그 위에 타바스코 소스 그 위에 밥, 제일 위에 누텔라.
이런 것을 보고 옆지기는 괴식이라 부른다.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영양학적인 조합이나 소위 궁합이 하나도 안맞는 음식들을 뒤섞어 먹는다.
요즘들어 부쩍 그런 것 같다. 일단 누텔라부터 치워둔다.
이성복님의 산문집이 나왔다. 그동안 발표하지 않았던 글들을..꺼내 놓으셨다고 한다.
이래저래 소문내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내셨다고도 했다. 출간 기사에 쓰인 내용들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조용한지..오히려 서늘했다.
부산스럽지 않고 깔끔한, 그래서 말끔하기까지 한 그 산문들이 벌써 어른거린다.
올 해..도정일님의 산문집을 끌어안은 것으로 만족스럽다 했는데..이렇게 또 다른 보석같은 글들이 나와주었다.
다양한 산문집 신간들이 나오고 있지만..이렇게 다섯권의 산문집은 두고두고 좋은 울림이 되겠다.

후마니타스의 최근작들이다 .팔레스타인의 목소리를 담은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 이 조용한 외침이 갖는 힘은 컸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보다 더 참혹하다는 사실에 암담했다. 그것을 알아야 하는가, 알고 있다면 그 다음은?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모르고 살겠는가. 모른척 한다면 그 죄책감을 어찌하겠는가.
감시사회..모든 것으로부터 감시가 시작되고 조작이 시작된다. 감시는 있는 그대로 관찰하겠다는 의도일까? 그 모든 정보들을 수집하여 편리한 시나리오를 만들겠다는 것일까?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또한 화제가 될만한 책이다. 이 당찬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고 하니..꼭 읽어볼 생각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몇 권의 책 중에 단연 가장 큰 이슈가 되는것은 피케티일게다.
그 내용적인 문제 뿐 아니라 번역에 관한 문제제기도 꽤 되고 있는것 같다.
어쨌든 분배의 문제 앞에서 피케티의 논지를 살펴보고 싶어진다.
이응준의 소설. 문장전선의 이응준의 책이다. 그 날선 문장들과 예리한 단어들의 소용돌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물과 마음. 살만 악타르가 대중적으로 쓴 일반 교양서라고 한다.
그의 사유의 깊이와 폭을 만날 좋은 기회다.
그러니까..이것은..연관성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그저 닥치는대로 쌓고 먹고 보는 괴식과 다름아니다.
이 책들이 내 속에서 부대끼다 기어코 얹히고 말지..걱정이 앞선다. 그래도..손이 가는 건..습관일까? 아니면 책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일까.
때론 호젓하게 걷고 싶기도 하다.
때론 창을 열고 가을 볕과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책상에서 다부진 분석을 하고 싶기도 하다.
가을은..
그렇게 들었다 놨다하는 때이다.
그러니..괴식도 괴독도..가능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