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나는 날 내 친구는 그림책
미로코 마치코 글.그림, 유문조 옮김 / 한림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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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림책에 꽂힐 때가 있다. 그림책을 읽을만한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우습게도 어린 친구들이 많은 관계로 그들이 아이에게 선물하려면 뭐가 좋을까? 를 가끔 생각한다.

여섯살 남자 아이를 키우는 친구가 있다.

작년에 동생을 보고 고집과 짜증이 늘었다고 걱정을 눈꼽처럼 달고 다녔다.

크느라 그러는거지..라고는 했지만 아직도 동생이 싫다고 종알거린다는 녀석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많은 것이 궁금하고 많은 것을 상상하는 것이 녀석에게 도움이 될것 같았다.

게다가 올해는 비바람과 자주 만나게 되는 슬픈 날도 많았으니까.




오늘은 바람이 세다. 휘잉 휘잉 세차게 분다.


한장씩 사진을 찍어 녀석의 엄마에게 전송을 했다.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었다. 엄마의 역할은 천천히 읽어주는 것이었고..사진을 확대해서 이쪽 저쪽 살펴보며 녀석이 조금씩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는 톡이 날아온다.



하늘에서 늑대가 뛰어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을 한참 들여다보던 녀석이 베란다로 뛰어가 창밖을 한참 살피더란다. 어디? 어디?

한참을 서서 밖을 보던 녀석이 씨익 웃으며 "창문에 늑대털이 한가득이네. 다음은?" 하며 독촉하기 시작했단다

다음 페이지와 그 다음 페이지를 전송하며 녀석과 녀석의 엄마와 나는 이 놀이에 푹 빠져버리게 된다.




바람에 날려서 머리카락이 치솟았다.

삐죽삐죽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그게 아니다.

머리에 고슴도치가 올라앉았다.


이 대목에서 녀석이 까르르 웃으며 아빠의 헤어젤을 들고와 엄마에게 내밀었단다. 전송은 잠시 미루어졌다.

두 모자간에 헤어스타일링이 시작되었으니까. 한참이 지나서야 아이의 사진이 날아왔다. 꼭 저런 표정을 하고서..



빗방울이 내리치기 시작한다.


치타들이 왔다.


유난히 치타와 호랑이를 좋아하는 녀석은 엎드린 자세로 치타처럼 거실을 뛰어다니고 있단다.




비가 점점 더 많이 내린다.



다음 사진은 시간을 좀 두고 보낸다.

왜? 녀석이 환호성을 지를게 분명하니까.



고래가 밤을 끌고 왔다.


멋진그림에 예상대로 녀석은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고래다~!"

고래는 상상으로 들어가는 가장 분명한 열쇠라고 늘 생각한다. 

그 뒤를 이어, 박쥐 ,다람쥐, 거북이들이 저마다의 역할로 이야기에 등장한다.

아이는 동물들이 나올 때마다 제가 알고 있는 짧은 이야기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비가 그쳤다.

바람이 약해졌다.

천둥도 멈췄다.


내가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을 보내고 "재밌지?"라고 메세지를 보냈다.

답장이 오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아이엄마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스케치북이랑 크레파스랑 색종이랑 난리도 아녜요. 동생에게 너 고래 알어? 그거 모르지? 바보같이. 내가 그려줄께"하며 법석을 떨고 있다고 한다.

한참을 웃었다.


비가 개인 다음 날.

나는 녀석에게 책을 선물했다.

이 예쁘고 멋진 책. 

어느 비오던 날, 마음 착한(?) 이모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로 기억할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마 아이는 매일을 여러가지 동물들로 표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해가 떴네. 캥거루가 오려고 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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