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인연으로 만나진 사람들과의 교류가 이제 겨우 1년 남짓..
사람들의 진심과 상관없이 내 이기심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선다. 누군가 도닥여주었음 좋겠다..라는 생각을 아마도 공유하고 있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아마 우리는 기댈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정말 좋은 책을 보면 기프티북을 보내는게 거의 일상이 되었고, 다 읽은 책을 꽁꽁 싸매서 보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러다보니.."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우리는..굳이 통분하지 않아도 서로를 짐작하고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동안 책을 받았다.
판화가 너무나 생생하다. 단지 흑백과 가늘고 두꺼운 선들의 교차로 이루어진 그림이, 그림 너머의
생생한 표정과 감정까지 전달한다는 것이 생경하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뾰족한 것에 대한 포비아가 있는지라..판화는, 겨우겨우 조각도를 잡고 고무판을 긁어 숙제만 하곤
했는데..아, 중학교때 동판화는 정말 공포였다. 바늘을 들고..;;
여튼 루쉰의 백화문학 필력은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될터이고, 이 책은 판화만으로도 훌륭한 책이다.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밖과 안의 경계가 어떻게 생겨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목에서부터 품었다. 스무명의 인터뷰.
그들의 삶은 경계 안에 있는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그들의 경계는 누구에 의해서 그어지는지, 알면서도 모르는척하며 읽는다. 곱씹어볼수록 뭔가 묵직한 것이 명치께에 매달려 내려가질 않는다. 삶의 경계. 그 위의 줄타기는 늘 아슬하다. 그것을 이겨낸, 혹은 그 경계의 안과 밖의 이야기..좋다.
글항아리의 책은 참..비싸고 좋다.
비싼 가격만큼의 내용들이 옹골차니 뭐라 할 것도 없지만..이건 마치 꼬물꼬물 돈을 모아 꼭 갖고 싶은 LP판을 사던 때의 기억과 닮았다. 섣불리 사지 못하고 두리번 거리기만 하다가, 덜컥 사게 되면 꼼꼼하게 보게 된다. 물론 사이사이에 "이게 얼만데..알뜰하게 봐야지"하는 속물적사고가 뭉게뭉게 피어나기도 한다.
이번 여름, 이래저래 훑어보고 가늠만해보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읽기는 하려나..했던 책을 선물받는다.
멋진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