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후의 시집을 선물 받았다.
마치 페스츄리처럼 찢어지는 시어들..열 두겹의 자정을 넘어 어떤 노래가 어떤 향기로 불리워질지 기대된다.
2012년 출간 된 후 아직 초판본을 구입할 수 있다. 어떤 시집은..출간되고 1,2주일만 지나도 2쇄..3쇄..그런 의미에서 김경후의 시집은 아직 열두 겹의 비밀을 덜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 하나를 읽어내고 긴 숨이 뱉어지는 시집을 읽는다.
시집을 읽어 내리다..시 하나를 옮겨적는다.
<모래의 악보 - 김경후>
(나는) 침묵을 한 소절 놓쳐버린
폭풍
흘러가고
(너는) 폭풍을 폐와 핏속에
담고
흘러간다
(나는) 모래의 악보
흘러가는 동안
(너는) 백지의 탯줄
흐르겠지
(그리고 우리는) 입을
다문다
말들의 십팔방위로 짜인 살갗이
찢어지는 소리를
단 한 번 내기 위해
시를 찢는다.
/
흘러가고
흘러간다
흘러가는 동안
흐르겠지
말들의 십팔방위로 짜인 살갗이 찢어지는
소리./
/
나는
너는
나는
너는
그리고 우리는
입을 다문다/
/
침묵을 한 소절 놓쳐버린
폭풍
폭풍을 폐와 핏속에 담고
모래의 악보
백지의 탯줄
단 한 번 내기 위해/
결따라 잘 찢어지는 시..김경후의 시를
필사하려면.."ㅍ"을 잘 쓰면 좋겠다.
수없이 나오는 "ㅍ"들..폐와 피와
폭풍..
시를 잘 찢어 재배치한다. 내 마음이
이끄는대로 찢어진 살갗의 노래에 귀기울이기 위해..
말들을 십팔방위로
찢어놓는다.
파동..
말의 파동이 느껴진다.
말의 비명이 들린다.
말의 신음이 울린다.
그 사이 가늠하고 싶지 않은..아픔이
누워있다. 아직 부패가 완료되지 못한 시체처럼..고약한 냄새와 덜 썩은 살점을 남긴..
그런 아픔이 말이다.
폣속에 들어간 공기의 무의미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아픔에게
떨어져 나간 귀, 구멍조차 불분명한 그
곳에 대고 귓속말을 한다.
나는..
너는..
우리는..
모래는 은밀하게 움직이며 악보를 고치기
시작한다.
조금 더 느리게..아직은..여지가
있어..라며.
A tempo 를 주문한다.
흥미로운 시 읽기는 늘 설레임이다. 게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시라면..마치 시인이 내 귀에만 들려준 이야기인양 더 설레인다.
사진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는..멋진 표지를 가진 이 시집을 사랑할것 같다.
열 두 겹이라니..잘 구운 크로아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