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은 어떤 것일까..


좋아하는 뮤지션 타블로의 노트에 그런 말이 있었다.

"난 왜 잘하는 게 없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맞는 기억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아마 비슷한 내용이었을거다.

조금쯤 기억의 왜곡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

보고, 듣고, 기억하니 말이다.


어쨌든..최선은 어떤 것일까의 의문은..남는다.

시집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며 문득 어떤 대화를 엿듣는다.

다만 몇개의 시를 엮어 곡해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지만..나는 그 대화가 마음에 들었다.

 



초록 물결 사이 드문드문 비치는 보랏빛 오동꽃 보며


라고, 그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상행선 기차, 검진하러 가는 길


미친 복사꽃 지나

오동꽃 문드러지는 한나절 타고

짓이긴 꽃물 구성지게 번진 한판 세월

(....)

(p25)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꽃피는 날은 여러 날인데 어느 날의 꽃이 가장 꽃다운지

헤아리다가

어영부영 놓치고 말았어요

산수유 피면 산수유 놓치고

나비꽃 피면 나비꽃 놓치고


꼭 그날을 마련하려다 풍선을 놓치고 햇볕을 놓치고

아,

전화를 하기도 전에 덜컥 당신이 세상을 뜨셨지요.


모든 꽃이 다 피어나서 나를 때렸어요.

(...)

(P65)



저, 저, 하는 사이에


(....)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아니라 아니라 못하고 발목이 빠져드는 데도 

저, 저, 하면서

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P16)



나무가 나무를 모르고


(...)

살구나무가 언니처럼 무슨 말을 하진 않았지만

매실나무도 제 딴에 이유를 남기지 않았지만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 한쪽은 아프고 다른 쪽은 미안했던 것

나중 먼 곳에서 어느 먼 곳에서 만나면

우리 인생처럼


그 나무가 나무를 서로 모르고


(P24)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자꾸만 남는 몇개의 시를 묶어 그리운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론 아프고 때론 멋적고 때론 그 마음이 너무 깊어 완벽한 날을 잡지 못하고 자꾸만 미루고 미루다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그런 때가 기어코 올것만 같아서..그러다..그러다..결국은 알아보지 못하는 그 날이 올것만 같아서 말이다.


마치 이 시처럼..


사라진 왕국


감각은 어떤 순서로 몸을 나가는지

신경이 죽어가는 어떤 환자를 깨우려

의사가 환자의 젖꼭지를 비틀 때,


때때로 너무 세게 비틀어

젖꼭지가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그렇게 되도록 무얼 했을까


다 떨어져나가도록 우리는,


서랍 속 엽서를 만지작대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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