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의 책들 중, 유난히 아끼는 몇권의 책이다. 팔, 다리에 어떤 패티쉬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표지에서 주는 느낌이 좋다.
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나보코프의 롤리타. 그의 지성이 녹아든 글들을 처음 읽을 때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어째서 이게 무슨 의민지 모르겠지? 왜?..오기로 다시 읽고 다시 읽고 소리내어 읽으며 그의 장치들과 문장에 매료된다. 롤-리-타..발음을 하면서 윗니를 치는 혀끝에서 나보코프가 그토록 좋아하고 오래 연구했던 나비의 날갯짓을 떠올릴 수 있었다면..과대망상일까?
또한 조엘 디케르의 장편에 나오는 노라와 해리 쿼버트의 이름 사이에서 롤리타와 험버트의 그림자를 보았다면..억측일까?
갤러웨이의 상승..저 위태로운 줄 위의 걸음을 어찌하면 좋을까.
좀 더 멀리서 보는 좀 더 아슬한 줄타기..멀리서 볼 수록 위태로운건 줄타기뿐만은 아니겠지.
디어라이프와 눈송이의 손이 향하는 방향은 서로 반대다. 아래로 향한 채 편안한 표정의 디어라이프의 손의 방향과 하늘을 향한 눈송이의 손의 방향은 어쩐지 시리다.
두 손을 포개어 주고 싶어진다.
손과 다리로부터 시작된 오늘의 꿈은..이렇게 몇개의 표지들을 들추어내고 그 표지들을 들추었을 때 드러났던 속살같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 막막했던 기억과..먹먹했던 감상과..또한 애틋하고 명료했던 기억들을 말이다.
때때로..책의 표지는..내용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내용과 상관없는 꿈을 꾸게도 한다.
늘 다른 내용을 꿈꾸게 한다.
오늘은 몇권의 책을 펼쳐두고 징검다리 놀이를 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