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거기가 좋다

나는 여기가 좋다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한창훈..

작가의 이름을 꼭꼭 힘주어 중얼거려 본다.

나는 책을 읽는다. 언제나의 버릇처럼 작가의 내력이나 어떤 어떤 작품을 썼으며,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적어냈는지에 대한 프롤로그나 에필로그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책 이야기를 하다가 작가의 이야기를 하면 누구? 하곤 한다.

나는 여기가 좋다..책을 구입하고 읽다보니 다른 곳에서 읽었던, 쪽글들도 보인다.

아..이것들이 모두 이 작가님의 작품이었군..뭔가 있을것 같았어..라고 혼자 끄덕이게 된다.

나는 여기가 좋다.

여덟개의 이야기는 바닷내로 가득하다. 바다가 말을 한다면 아마 저런 목소리 저런 어투로 저렇게 이야기 하지 않겠어? 스스로 묻고 스스로 동의한다.

이야기는 화려하지 않다. 다양한 수식과 비유와 묘사가 있음에도 어지럽거나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다. 작가의 신묘한(?) 능력일까?

그저 지나칠법한 풍경조차 숨결을 품게 한다. (희한하게도 그의 보폭과 비슷해서 이 페트병은 내가 기르는 것이요 해도 믿을만 했다 - 바람이 전하는 말 중..)

또한 이렇게까지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꼭 필요한 것들로 꼭 맞게 상황과 사물을 그려낸다. (소리는 없되 모습이 또렷하고 보기엔 푸근해도 막상 만지면 떠리게 차가운 탓에 눈이란...-밤눈 중에서)

나는 여기가 좋다.

나는 '한창훈'이라 발음되는 이 작가가 좋다.

바다를 가장 바다스럽게, 바다와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바다에 기대고, 바다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녹아들며 밀물 썰물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안기고 뿌리치며 살아가는가를 나즈막한 어조로 그러나 힘있게 이야기 한다.

아무도 부러워 하지 않을 삶, 고단함과 서러움이 땟국물처럼 줄줄 흐르는 그런 사람들의 삶이 그들의 언어로 투박하고 진솔하게 읽혀진다.

바다로 향하는 길 위에 '한창훈'이라는 사람이 서 있다.

바다를 뛰게 하는 동맥같은 길 위에 사람의 발자욱과 한숨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고스란히 그려내는 사람. 그 목소리가 좋다.

그리고 수많은 강과 개울들이 실어나르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품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돌아누워 꿈을 꾸는 바다가 거기 있다.

아..

한창훈의 글을 읽은 때는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 올 라인 네코~!"

그래야 그 울림이 제대로 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