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사람들 - 문래동 야간 택시 운행 일지
이송우 지음 / 빨간소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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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사람들-문래동 야간 택시 운행일지, 이송우

인혁당 재건위 사건 수형수인 아버지와 옥바라지와 삼남매 육아를 해낸 어머니의 슬하에서 그가 보고 배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이다.
계엄령이 떨어지기 이전부터 이 정부는 탐욕스러운 금광업자처럼 온 나라를 부수고 흔들어 금주머니를 확보하는데 집중했다. 국토가 도륙이 나는건 알 바가 아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 역시 알 바 아니었다. 그리고 기어이. 그 밤 더 나올 것이 없을 때까지 다 빨아먹으려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어찌되었건 이 정부는 생존의 터와 도구를 몰수하는데 도가 텄다. 작가 역시 경기 악화로 법인택시 운전을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정도의 일상을 살고 있었고 조금 더 지나서는 투잡이니 쓰리잡이니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 쟁기 하나로는 해결 될 생존이 더 이상 없다는 반증일거다. 부지깽이도 낫도 호미도 부엌의 주걱까지 손에 들고 나서도 겨우 살아지는 생존의 현실이다.
그의 택시에서 만나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속에 비추어지는 작가의 삶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온 몸으로 가르친 것이 무엇인지 사람의 얼굴에서 제일 앞에 나와있는 티를 낸다고 코끝이 먼저 반응한다.

문득 남민전의 전사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선생이 떠올랐다. [선생은 자주 '몸 자리'에 관해 말하고는 했다. " 내 삶이란 내 몸 자리의 궤적이다" 이렇게도 말했다. " 사람은 모든 삶의 궤적은 처지에 의해 수동적으로 '놓이는' 몸 자리와 의지에 의해 스스로 '놓는' 몸 자리의 연속으로 규정할 수 있다" -한겨레 21. 2024.4]
고 했다.

작가는 수동적으로 '놓이는' 몸 자리에 자신의 의지와 역사와 시대의 과제를 고민하는 '놓는' 몸 자리로 만들어가는 변환을 끊임없이 이어간다.
고된 운전으로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을 때 " 내 몸이 아픈 직업은 나와 맞는 좋은 일이 아닙니다"-208쪽 라고 누군가 조언을 했고 몸의 신호와 함께 운전을 그만두게 되었다.
문득, 몸이 아프지 않은 일이 있었던가? 생각해보았다. 모든 노동은 노동자의 삶과 몸을 갉아 이윤을 내는 것 아닌가?라고..잔뜩 뾰루퉁해진 시선을 던져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사막에 던져진 고립무원의 노동자, 소수자, 농민, 여성, 장애인,.이 더는 아니다..그 벽을 허무는 경험을 우리는 한겨울 내내 겪었다.

택시 운전을 하며 작가가 느낀 세상으로의 확장. 개인의 시선과 개인사가 아닌 저마다 조금씩은 교집합이 생기는 부분을 모아가다 보면, 너의 세상이 나의 세상이자 우리의 세상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이 올 것도 같다.

어머나 세상에~라고 할 만큼 문학적이고 감정적인 부분도 있고, 어쩜 좋아, 싶은 이야기도 있다. 말 그대로 택시 운전사들만의 특권일 수 있는 정보와 사연의 최종도착지같은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사실, 택시비가 만만치 않아서 택시를 탄 지 좀 오래된 것 같다. 택시는 공공 고해성사의 공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종교를 갖고 있지 않아도 되는..
허기가 몹시 심한 날, 갓 지은 밥에 올려 먹는 고들빼기 같은 글이다. 입맛이 도는 쌉사름한 맛. 달고 짜고 맵고..그렇지만 끝까지 제 일을 다 하는 쓴 맛의 고군분투. 그 진심이 허기를 잠재우듯...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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