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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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보안관이자 다민족국가, 민주주의의 표본인것 처럼 인식되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과 해소되지 않는 의문을 품은 채 그의 집권으로 이어졌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고, 사회적 생존적 위협을 당하지 않으며 국가로부터 보호받는 국민으로서의 삶은 이상 속의 삶으로 멀어져가는 것 같았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고, 통치행위를 하지만 군림하지 않는 지도자와 국가 시스템을 갖는 민주주의가 이상적 이론이 아닌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이 갖는 유사한 통치 시스템으로 선택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이양되는 시기는 모든 국가에서 혹독한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아버지를 부정하지만 결국 아버지를 닮아버리는 자식처럼 소위 '기득권'이라 칭해지는 사람들은 결국 같은 자리에 이름표만 바꾼 채 존재하고 있었다.
책에서 예를 든 초기 미국의 권력이양의 모습, 태국의 경우, 1차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2.6 폭동의 모습. 모든 예시들이 낯설지 않다. 그 혼란 속에서도 '민주주의'는 조금씩 모양을 잡아가고 있었던가보다.

정당정치의 시작과 동시에 기득권을 쥔 자들은 자신의 영역을 더 확장시키려 한다. 그들은 정치적 권력을 놓지 않으려 애를 쓰고 그 때마다 사회는 혼돈속에 빠져든다.
이것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적 원칙을 벗어나는 일이다.
평화적 정권교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는 정당이 지는 법을 배울 때 가능하다. 그들이 패배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승리할 기회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권력 이양이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믿을 때 가능하다.
12.3 계엄 이후 계엄이 옳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내란우두머리를 끝끝내 포기 할 수 없었던 정당의 모습에서 그들이 느끼는 '정권을 내어 놓은 후의 재앙'에 대한 공포를 읽을 수 있다. 그들의 필사적 저항의 근간은 두려움임에 분명하다.
정치적 수단을 틀어쥔 소수에 의해 민주주의는 자주 훼손되고 이용당한다.
그럼에도 민주주의에 헌신적인 정치인들도 있다. 충직한 민주주의자라고 칭해지는 이들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것에 거부하며 반 민주세력과 타협없이 관계를 끊는 자세를 갖는 사람들. 물론 그 안에 모양만 그럴듯한 이들도 있다.
국민들과 더불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지 않고 다 차려진 밥상에 수저만 올려놓으며 상을 차리던 사람 중에 바르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내부분열을 일으키는 자들. 그런 자들이 인질로 잡힌 민주주의의 목에 기어코 칼을 꽂는 자들이며 결과적으로 권력이양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세력과 공범인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에게 권력을 맡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제 손에 쥔 권력을 이용하여 다수를 지배하려 할 때, 민주주의는 저항하게 된다. 저항은 실패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 발 더 나아간다.
민주주의는 이제 겨우 눈을 뜬 신생아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한 생이 그 격변의 과정을 다 볼 수는 없지만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민주정으로 조금씩 좌표를 이동하며 세상을 해석하는 시작은 더욱 확장되고 복잡해지고 있다. 어쩌면 본격적인 민주주의는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종교도, 인종도, 성별도, 무엇도 '정치적인 인간'의 행보를 막을 수 없는 까닭이다.

책을 읽는 내내 12.3 친위쿠데타와 시민들이 연대하는 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여성들이, 노동자가, 농민들이, 청년들과 어르신들이,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지역들이 움직이고 있다. 민주주의적 사회질서가 사라질 때의 두려움은 '연대'라는 힘을 끌어왔다. 끝없이 드러나는 불법과 그들만의 철옹성. 그것을 무너뜨리는 길은 어쩌면 공고한 여리고성을 무너뜨리는 것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승리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는 믿음으로 쉼없이 성을 돌 때 그 성은 결국 무너질 것이다. 새로운 민주주의는 그렇게 탄생되지 않을까? 반 민주세력과 철저하게 단절하며 무너진 성의 벽돌을 다시 쌓는 일. 미래세대의 민주주의의 시작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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