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호랑이는 백조처럼 희고 들개처럼 포악했다. 마메는 언고 드라이가 마르지오의 몸에서 그림자처럼 스르륵 빠져나오는것을 보았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그런 모습은 다시 보지못했다. 호랑이가 마르지오 몸 안에 있을 때면 나타나는 표시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아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럴 때면 어둠 속에서 마르지오의 눈동자가 고양이 눈처럼 빛났다. 

마을의 이야기꾼 할머니 마 무아는 그 산골마을 사내들에게는 저마다 암호랑이가 있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호랑이와결혼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여러 대를 거쳐 호랑이를 물려받는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고증조할아버지는 고조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그렇게 아주 먼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누가 제일 먼저 암호랑이와 결혼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총알도, 나중에 나타난 일본인들의 사무라이 칼도 그 앞에서는 무력했다. 장정들이 분노하면 몸에서 흰 호랑이가 튀어나와 적에게 달려들었다. 마을 장정들은 정글에서 활개 치던 다룰이슬람 게릴라들마저몰아냈다. 마 무아는 그 모두가 마을 장정들이 호랑이와 결혼해서 피가 섞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마르지오는 아비의 숨을 끊어놓겠다고, 언젠가는 그럴 날이 올 것이라고,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은 영영 오지 않았다. 그는 거의 평생을 이 소망을 억누르며 괴로워했다. 괴로울 때마다 시골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아무것도 안하고도 모든 일이 바로잡혀 있기를 바라보았다. 

코마르는아들이 인내심의 한계치에 달한 것을 금방 알아챘다. 그는 제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틀어박혔다. 무엇을 물어도 대꾸하지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마르지오가 이렇게 분을 터트린 것은 처음이었다. 전에는 감히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아비는 아들의 배 속에 성난 코브라 한 마리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마르지오도 남들만큼이나 제 행동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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