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하루가 까마득하게 길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잠이 들 무렵이면 하루가 또이처럼 순식간에 지나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손에 잡히지 않고 손바닥에 빗금을 그으며 휙휙 지나가버리고 마는 어떤 것이었다.

그는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동료들과 어울렸다. 다 같 이 모여 앉아 고기를 굽고 생선 살을 씹고 차가운 술을 마 시는 건 특별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다들 말이 없었 다. 입을 열면 약속이나 한 듯 서로에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누구의 주의도 끌지 않을 말들만 했다

일어나야지. 그만 가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누군가 다른 부서에서 몇 사람 더 나가기로 했다는 말을 꺼냈다. 이만하면 퇴사 조건으로 나쁘지 않다는 말이 나왔고 이야기는 아주 먼 쪽에서부터 성큼성큼 그들 내부로걸어 들어왔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는 잠자코 술잔을 비웠다. 취기가 오르고 희미하게 흩어져 있던 감정들이 뜨겁고뾰족하게 살아났다. 그건 외부를 향한 분노라기보다는 자신의 무능함과 미련스러움에 대한 자책이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