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프기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했던 일들을 조금이라도 다시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잠을 못 자 늘 피곤하고 신경이 곤두서 있으면서도 그랬다. 삶이 얼마나 간절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가 내게 남겨준 큰 선물이다. 

똑같은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 는다. 몇 년의 시간이 스르르 가버린다. 한순간을 기억에 남 기고 싶다면, 그만큼 특별한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허무하게 사라지는 시간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그뿐이다. 잡고싶은 특별한 순간은 나 혼자일 때가 아니라 우리일 때다.

‘당신이 내게 남긴 게 하나 더 있어. 그건 바로 죽는 순간의 모습이야. 나도 당신처럼 죽게 될 테니, 지금의 삶이 두렵지 않아.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날 테니까. 아니 사실 두려워. 삶에 질질 끌려다니다 죽게 될까봐. 

 질문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의사가대답했다. "환자가 다음 예약 날짜에 오지 않아도 전 놀라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한 달 안에 죽는다 해도 놀라지 않는다는 말이니까. 다행히 남편은간호사와 다음 검사 예약 날짜를 잡고 있어서 의사의 말을듣지 못했다. 의사는 그의 남은 수명을 예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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