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이 바뀌면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진다. 한 시간 전만 해도나는 정확히 어디로 가서 무얼 하고 무얼 기다리면 되는지 알았기에 마치 주인인 양 이곳으로 걸어들어왔다. 배심원의 의무, 그래, 그래. 어쩌면 점심시간에 괜찮은 네일숍을 찾을 수 있을지 몰라. 그런데, 이제는 남들처럼 우왕좌왕하며 지시를 기다리고, 행렬을 따라 미지의 세계로 향해 가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내가 듣기에는 섬뜩한 이야기였다. 어떤 사람이 벨뷰 정신병원으로 실려가는지 알 것 같았다고 할까.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는 자기 작품을 보여주었다. 르누아르의 작품과 아주 비슷했다. 구성과 화풍과 주제가 거의 복사판이었다. 게다가 대가의 작품 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심어주려 그랬는지 전부 서명이 없었다. 상당히 이상하고 독창성 없는 오마주였다.
거의 모든 걸 잃었다. 그렇다고 내가 불평할 처지는아니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지 않나. 나도 하는 걸 남이라고하지 말라는 법 있나. 나의 세상은 벽난로 위에서 빛나는 장미와아네모네로 지탱되는, 무정한 도시의 고독한 삶으로 쪼그라들었다. 나는 포터필드의 집안에서도 느껴질 똑같은 분위기를 상상해보았다. 지도 위에 꽂힌 두 개의 핀과 같은, 기쁨과 희열의 진원지한 쌍을, 그에게는 그의 르누아르가, 나에게는 나의 르누아르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계속 자리에 앉아서 두번째 발작을 기다리는 중이다. 벽이 휑해 보이지만, 어쩌면그게 더 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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