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젤 앞에 앉은 마스터를 관찰하면 절대 안 돼요. 고통과 갈망과 희열로 인한 발작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숨을 헐떡이고 무릎을 부들부들 떨며 이젤 앞에 웅크리고 앉은 마스터를 흘끗 쳐다보는 것도 절대 안 돼요. 왜냐하면 예술은 마스터에게조차 잔인한주인이거든요.
상처를 치료하는 능력으로, 또는 상처를 찢어서 더 큰 고통을야기하는 능력으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예술이라는 수수께끼..
그러던 어느 날 마스터가 간결하고 섬뜩한 제목을 붙이려는 특별한 작품의 모델로 나를 선택해요. <라 빅팀〉. 아빠도 이 초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바로 내가 미술관에서 보고 생기 없이 축 늘어진 포즈로 누워 있는 소녀가 나를닮은 게 아니라 바로 나라는 걸 느낀 작품이거든요.
아직 살아 있는 우리는 인색하게 구는 마스터의 하인에게 먹을것을 구걸해요. 마스터는 아주 영리하고 아주 잔인해서 아이들에게 주는 만큼 하인들 몫은 줄어들도록 집안의 먹을거리를 제한해놓았거든요. 모든 폭군이 그렇듯 마스터도 서로 싸우게 만드는 법을 알아요. 우리는 유한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주는 게 많을수록 네가 갖는 것은줄어들 것이다. 너무 많이 주었다가는 네가 굶어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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