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이든 소중한 무언가가있고, 그러므로 어떤 삶도 함부로 생략하거나 건너뛰어서는 안된다는 내 믿음에 대한 증표 같아 나는 비효율적인 읽기를 멈출 수 없다.

나는 여전히 남은 미련이라면 미련, 열정이라면 열정을 위해 실패를 간직한다.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많이 미워했고, 많이 싸웠다.
돌아가시면 남는 게 후회라지만, 너무 미워해서 후회할 염치도없을 만큼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싸웠다. 그랬더니 남는 게 후회가 아니라 두려움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반찬도살림도 엄마가 가르쳐준 방법은 괜히 피하고 만다.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것마다 내가 던진 미움이 묻어 있어서 그 미움을 마주할 자신이 도저히 없는 것이다.

‘아버지가 누워 있던 이십이 개월 동안 우리 가족에게 여행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하루하루 죽음을 준비하고, 하루하루 소생을 기대하면서 우리는 집단 자폐의 시간에 빠져들었다.
환자 가족이라는 심각하고 절박한 정체성 말고는 어떤 자아도허락되지 않았다. 조금만 다른 표정을 지어도 세상이 물었다.
아버지는 이제 괜찮아? 가면을 쓰고 일터와 집만 오고가다보니가족만이 유일한 말벗이었다. 가족만이 유일하게 만만했다. 우리는 좁은 공간에 갇힌 쥐들이 그러하듯 서로를 할퀴고 상처냈다. 그게 시간을 버티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몇 시간이 고비다, 하루도 어렵다. 이틀을 못 넘긴다. 일주일이면 기적이라고 하면서 유예된 죽음이었다. 죽음이 미뤄질 때마다 다행스러웠지만 그건 한편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을 그만큼 더 늘이는 일이기도 했다. 슬퍼할수도, 안도할 수도 없었다. 어느 시점이 넘어가자 우리가 바라는 게 기적인지 이별인지도 모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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