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봐요. 사람을 태워 재로 만드는 불은 이 노을만큼 불탈까요?"
안핑이 말했다. "하늘에서는 진작 화장터를 열었다는 건가요?"
"무슨 말을 그렇게 —" 리쑤전이 타박했다. "하늘의 것은 죄다 불로장생한다고요. 화장터 같은 게 어디 있겠어요."

안위순은 결국 결혼 문제를 운명에 맡겼다. 기다려보지 뭐, 언젠가는오겠지,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들은 캄캄한 밤을 싫어하지만, 그래도 결국 그 품 안으로 쏙 들어가는 달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실은 멍칭즈가 안위순에 대해 실망한 이유는 안위순이 열사능원에 들어간다는 건 100년 후 자신과의 합장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해서였다.
멍칭즈에게는 열사능원에 들어갈 자격이 없었으니까. 자신과 함께 묻히기를 원치 않는 남자와 같이 사는 삶은 더는 맛있지 않은 시큼털털한 술단지를 안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


안위순은 하루에 세 번 칭즈‘를 불렀다. 날이 밝을 때와 점심때 해가질 때였다. 안위순이 슈냥을 부르는 데는 별다른 이유 없이 그저 때가 되었기에 따분한 나머지 한번 불러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멍칭즈 역시대단하지 않았다. 안위순은 태양을 부르는 거고, 태양을 대신해서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해서다. 이따금 슈냥이 외출하고 없을 때안위순이 마구간에 가서 칭즈‘라고 부르는 통에 슈냥의 말 중 적어도 두필은 자신의 이름이 ‘칭즈‘라고 알 터였다.
 

 안쉐얼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창밖날아온 제비에게 말했다. "나, 키가 자랐어." 침묵하는 돌비에게 말했다.
"나, 키가 자랐어." 나무 아래 개미들에게 말했다. "나, 키가 자랐다고." 밤하늘의 별들에게 말했다. "나, 키가 자랐다고." 이마에 푹 눌린 베개 자국에게 말했다." 나, 키가 자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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