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남짓이 된 탕한청은 누구나 인정하는 미남이었다. 180센티미터의 키에 마른 편이었고 넓은 어깨에 눈썹이 툭 불거져 나왔다. 이 때문에짙은 눈썹 아래의 눈에서 범상치 않은 느낌이 났다. 심오하기도 우울하기도 또 따뜻하기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눈은 여자의 혼백을 빼놓기에 제격인 법기(法器)였다.

 탕한청이 보기에 자원 파괴를 대가로 한 발전은 추운 겨울을 버티려고 자신의 다리를 베어 그것을장작 삼아 사르는 것과 같아 평생 장애를 안고 가야 하는 것이었다. 

툭 까놓고 말해 리쑤전의 일이라는 게 망자를 화장해 그들이 좋은 모습으로 떠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리쑤전은 망자의 얼음같이 차가운 뺨에 손이 닿을 때마다 남편에 대한 가엾은 마음이 문득문득일었다. 남편은 위축되어 마른 잎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래도 어쨌든체온은 있었다. 한 인간의 체온이 사람을 얼마나 연연하게 하는지! 

. "생이 어찌 이리 불공평하죠.
당신은 생긴 것도 이렇게 예쁜데 이렇게 정다운 삶을 살다가 하늘이 부르셨잖아요. 나는 생긴 것도 그냥저냥 한 데다 고생이란 고생은 잔뜩 했는데 몸은 또 왜 이렇게 멀쩡한지. 내가 당신을 대신해 갔더라면 좋았을텐데요. 안타깝게도 하늘은 나를 원치 않네요. 당신은 가서 꽃의 신이 될수 있는데 나는 가서 뭘 할 수 있을까요?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요? 하늘에는 먼지가 없잖아요." 

 이 소도시에서 염습사는 리쑤전이 유일해서 리쑤전이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에 그 글자는 파란색이었다. 작고한 친지가 하늘나라로 가길 바라는 망자 가족들의 바람을 위해하늘과 같은 색깔로 글자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만약 검은색으로글자를 쓰면 사람들은 망자가 지옥으로 내려간다고, 붉은색으로 쓰면 망자가 험난한 길을 가게 된다고 생각했기에 이들 색은 적당하지 않았다.
리쑤전과 안핑이 연인이 된 후, 안핑이 사실 녹색 글자가 파란색보다 좋아, 녹색은 활력이 넘치고 눈을 즐겁게 하니까, 라고 말하자 리쑤전은 곰곰이 생각해보다 그도 그럴 것 같아 특별히 페인트공에게 부탁해서 파란색 글자를 지워버리고 녹색으로 글자를 썼다. 반년이 겨울인 칭산현에북풍이 휘몰아칠 무렵 이 녹색으로 쓴 세 글자는 그 소도시에서 시들지않는 푸른 잎이 되었다. 싱그럽고 눈부셨다. 참새들마저 신나서 거기로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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