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용 칼 역시 먹고 마셔야 하며 잠을 자야 한다는 게 신치짜의 일관된 지론이었다. 도살용 칼은 무엇을 먹을까? 신치짜가 보기에 그것들은가축의 지방을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 칼은 사용할수록 날카로워지고 방 치할수록 배가 고파 녹이 슬었다. 그러면 잠잘 때는 어떨까?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불을 덮고 자야 했다. 이불은 가볍고 습기를 차단하면서 공기가 통해야 했다. 안 그러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사용한 도살용 칼들을 깨끗이 닦아 도축 막사 남쪽 창가 가로로 긴 소나무 탁자에 순서대로놓아두고는 그 위에 기름이 잔뜩 밴 하얀 삼베를 덮어주었다. 남쪽 창으로 달빛이 비쳐 들면 도살용 칼들을 덮은 하얀 삼베에도 스며들었다. 신치짜는 칼을 닦기에 가장 좋은 천은 달빛이라 했다. 

신치짜는 참마도를 반짝반짝하게 갈아 대청마루 벽에 걸어두었다. 그때부터 그 벽은 한 번도 희미해진 적 없는 영원한 달빛을 소유하게 되었다. 자기 수중의 칼들은 피를 묻히지 않은 게 없어 그렇지 않은 깨끗한 칼 하나를 가져야겠다, 그러지 않으면 잠을 제대로 못 잘 것 같다, 라는 게 신치짜가 참마도를 갖게 된 이유였다.

안쉐얼이 저녁에 자신과 함께해주는 게 있다고 말하자 단단히 놀란 슈냥이 재빨리 물었다. 누가 함께해주는데? 안쉐얼이 말했다.
방에 달과 별이 있잖아. 그것들은 발이 길어 창문을 넘어올 수 있어. 넘어와서는 나랑 같이 베개를 베고 잠자는 내 곁에 있어준다니까. 만약 달과 별이 없는 밤이면 어쨌든 바람은 있잖아.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가 바로 나와 말하는 소리야." 슈냥이 물었다. "바람이 없으면?" 안쉐얼이말했다. "내 마음속에는 많고 많은 바람이 담겨 있어. 바람을 토해내 나자신과 대화하는 거지"

안핑은 이해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난쟁이를 신으로 만들더니 하룻밤 사이에 이번에는 그 난쟁이를 마귀의 대열에 끼워 넣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술은 병에 담겨 있을 때 고분고분한 것이지, 일단 배 속에 들어가면 온갖요괴 짓을 한다, 엄마의 말을 기억해라, 앞으로 누구와 마시든지 절대 흥청망청 마셔서는 안 된다, 사람이 한 가지 일로 평생 한 번이면 족하지,두 번이나 꼬꾸라져서는 안 된다, 라고 탕한청에게 타일렀다. 탕한청은 어머니의 말을 마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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