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악마도 아니지만 구원자도아니다. 남자를 죄로 이끈 것이 여자가 아니듯 그들을 구원하는 것도 여자는 아닐 것이다. 여성을 악마화하는 것이 부당하듯, 모든 것을 받아주는 영원한 어머니‘ 같은 구원자로 보는것도 우습다. 일견 위대한 어머니 여신의 발견과 계승이 여권을 신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여성성 혐오와 억압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왜곡된 시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면 모를까 여성성을 최고선으로 두고 이상화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랬다. 누군가는 맘껏 상징과 비유를 썼고, 거기에서 약자들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만들어지든 말든, 그들이 상처를 받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건그저 예술이라고 했다.

남성이 원하는 여성성을 연기하던 배우, 그 배우의 소모과정을 표현한 앤디 워홀, 그리고 여성성을 연기하는 자기 모습을 찍은 신디 셔먼, 여성성이라는 주제는 이처럼 끊임없는창작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성이 볼 때 모름지기 여성은 아름답게 치장해 남성의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야 하며 남성중심 사회를 위협하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여성의 짧은 머리와 낯선 염색은사회(남자)의 통제와 기준을 벗어나려는 저항으로 읽힌다. 반면 화장한 여성은 위협적인 시선을 덜 느끼므로 더 안전하다.
느끼고 자신감이 생긴다. 화장과 정반대 지점에 있는 듯 보이는 무슬림 여인들의 베일과 화장의 공통점이 바로 여기에서 발견된다.

하나의 사물에 집중하고 확대해 가장 아름답고 농염하게 그려낸 꽃을 가지고, 아름답기만 한 여성성을 ‘아름답기도 한‘ 여성성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당신들이 폄하한 아름다움을 내 식으로 펼쳐 보인다는 생각, 아름다움은 모욕이 아니라 삶의 기쁨이며, 존재의 모든 것에 깃든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 또한 예술가의 임무라는 생각. 만약 탈코르셋의 결과가 누구나 똑같은 차림과 머리라면…… 지루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재미도 없을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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