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 분화가 같은 영양단계에 있는 생태적 조건이 유사한 종들 사이의 경쟁 회피 전략이라면, 포식은 먹이그물의 위로부터 아래로(top-down) 강제된경쟁 조절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가 15세기까지유럽 정치와 경제의 중심 무대였다면, 16세기부터는 유럽 정치와경제의 무게중심이 북쪽의 대서양 연안 국가들로 옮겨가게 된다.
카를 슈미트가 말한 대로 "땅의 힘에 대한 대양의 힘의 투쟁"이본격화된 것이다.

생태적 한계에 봉착한 유럽을 벗어난 식민지 개척자들은, 마치 천적이 없는 외래 침입종이기하급수적으로 서식지를 넓혀나가는 것처럼 단시간 내에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에스파냐 정복자가 전광석화처럼 신대륙을 정복해나간 과정은 생태학자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외래침입종이 확산한 과정을 연구한 결과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그러나 이러한 세력 확장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었다. 이후 중남미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에스파냐 정복자와 인디오 간의 착취적 관계는 한쪽의 이익을위해 다른 쪽의 생존 욕구를 억압하는 주인과 노예 사이의 예속적관계로 볼 수 있다. 

환경사학자 제이슨 무어(Jason Moore)는 1557년부터 1763년까지의 기간을 브로델과월러스틴의 ‘장기 16세기에 상응하는 ‘장기 17세기‘로 보고, 이때네덜란드가 단지 초기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기틀을 확립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의 "값싼 자연"(cheap nature)을 착취해서 자본-권력-자연의 ‘세계-생태‘(world-ecology) 체제를 수립한 최초의진정한 자본주의 국가였다고 평가한다.


일평생 이성의 힘으로 인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스피노자가 제시한 공존의 비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모든이가 자신의 존재를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제한된자원을 두고 벌이는 다툼과 그로 인한 갈등은 불가피하다. 단지이성에 따라 타인도 나처럼 살고자 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만 내적인 죽음을 초래하는 군주와 노예의 관계 대신에 대등한 자유인들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타인과 공존하기 위해 자유인에게는무엇보다 용기와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스피노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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