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골은 사람과 자연이 한 덩어리로 살아가는 곳이다. 어쩌면 자연이사람보다 위에 있어 자연이 시키는 대로 사람은 따라가는 줄도 모르겠다. 

 사택 여자들은 시장을 다녀오자고 했다. 일석의 아내가 보리밥에열무김치를 넣고 비벼먹는 얘기를 하자 아낙들은 햇열무로 김치를 담글 생각이었다. 사택은 김치를 담그는 일도 시샘인지 한 사람이 담그면동시다발로 이곳저곳에서 똑같은 김치를 담갔다. 집집이 찬장에 들어앉아 있는 반찬들도 똑같아서 모두가 똑같은 집에서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곳이었다. 

 비밀을 공유한 사람들끼리는 같이 잘 어울렸다. 어쩌면 서로서로 감시하기 위해서인지 몰랐다. 비밀은 나 혼자서 잘 지킨다고 지켜지는 것은 아닐테니까. 

 사람들은 무열을 통해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상갓집 가서 너무 서럽게 울지 말라는 얘기였다. 너무 서럽게 울면 죽은 사람이 발걸음이떨어지지 않아 그만 같이 데리고 가게 된다고 했다. 저쪽 세계나 이쪽세계나 질서가 있게 마련이라 가야 하는데 가지 못하게 하는 세력이 있다면 가기 위해 같이 데리고 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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