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 외가를 포함한 이십여 호의 절골 사람들은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산 깊고 골짜기 깊어 땅이고 하늘이고 세 평이었다. 화전을 해가며가난하게 살았지만 마을에 바람 한 자락 휘젓기 전에는 가난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대로 대물림해 삶은 당연히 팍팍하다고 여겼다. 

도자는 다른 광부의 아내들처럼 남편이 출근하면 남편 신발을 얼른집 안쪽으로 향하게 돌려놓아야 하는 삶이 싫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출근한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광부의 아내는 믿었다.

진달래 때문이었다. 진달래가 산길에 지천이었다. 진달래가터널을 이루며 길을 안내해주었다. 무지막지한 까만 석탄가루가 진달래 꽃잎에 앉아보았지만 그것보다 더 무지막지한 진분홍색으로 인해까만색이 퇴색된 곳이었다. 

좁은 주거공간을 조금이라도 넓게 확보하기 위해 집 뒤쪽으로 길게 흐르는 검은 강물 위에쇠파이프나 나무로 지주를 세우고 그 위에 판자로 바닥을 만들고는 부엌도 만들고 창고도 들이고 심지어 방도 만들어서 사용했다. 그것을 까치발집이라고 불렀다.

동료들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동발 밑에 깔린 무산과 동료들은 쥐덫에 갇힌 쥐처럼 옴짝달싹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무시무시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료들도 알고 무산도 알았지만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말로 꺼내지 않으면 없었던 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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