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새들이 두 발을 땅에 내려놓지 않는 건, 처음부 터 불편한 쪽을 택하는 거예요…… 살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새에게 중요한 건 날개가 아니라 체온을 유지하게 해주는 괴망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몸속에도 살기 위해서 온도를 조절하는 그 불편한 온도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외롭고 괴로운 것들, 그리운것들이 그런 온도를 조절하는 거였을까요. 그동안 내가 그걸거부하고 있었던 걸까요. 눈처럼 쌓이는 당신의 목소리는 외롭지도 않으면, 괴롭지도 않으면, 그립지도 않으면 사람은 살수가 없는 거라고 내게 말을 걸고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뭔가 굉장히 아픈데 아프지는 않고, 그렇지만 아팠어요. 당신은당신도 비슷한 것이 다녀간 것 같다고 했지요. 

그 순간이었을 거예요. 정혜 언니와 했던 그 저녁 약속, 크 레인 해체를 마치고 무사히 내려와 같이 저녁을 먹자는 그 약속이 몸속에 오래 박혀 있었구나, 그것이 쓸려나가는구나느껴진 것이, 외로워서 아픈 게 아니라, 보고 싶어서 아픈 게 아니라, 여태 그걸 알 수 없어서 아픈 거였어요.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을 놓쳐버려서 외로운 줄 몰랐어요. 

 "글치. 파를 먹어본 다음부터는 눈동자가 살아난 거지. 그때부터 그 섬이 사람 사는 곳이 되더란다. 어른들 말로는 그때부터 사람들이 밤섬에 들어와 살게 됐다고 했어. 그래서 옛날부터 파를 먹어야 사람이 되는 거라고 안 하든, 파라는 게아무 맛도 안 나잖냐. 근데 그 아무 맛도 아닌 게 안 들어가는데가 어딨냐? 그게 파 맛이다. 아무 맛도 안 나는 게."

그는 천장을 쳐다보며 대답하듯 말했다.
-알고 있었을까? 애도 안 낳은 남자가 요실금으로 거동을못해, 한 발 뗄 때마다 동전만 한 후회가 목구멍에 걸려 기침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지. 후회를 뱉어내야 했는데, 그러면오줌이 내 이름자처럼 애줄없이 질질 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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