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눈앞을 가로막는 어둠을 막막하게 바라보고 있었을뿐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집을 팔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건당연한 일이었어요. 당신과 나는 무엇이든 팔아야 먹고살 수 있는 시간 속에서 떠밀려가는 존재들이었으니까요. (2017) 

 무엇인가를 파는 곳에는 무엇인가를 사려는 사람들만 오기 마련이에요. 그리고 사람들이 돈을 내고 사는 것은 대개는 자기에게 없는 것들이죠. 충분히 있는 것들을 굳이 돈을 내고 사려 하지는 않더라고요.

너무 많은 말과 너무 많은 얼굴에 휘둘리다 보면 머무를자리 없이 허우적거리게 된다. 원하지 않는 곳으로, 빠져나올 수없는 진창 속으로 떠내려갈 것만 같다. 다가오는 호의도 힘들고보여줘야 할 호의도 힘들고 떠나보내야 할 호의도 힘들다. 

추한 것을, 무례한 것을, 염치없는 것을 매력으로 삼는일들이 너무 많아졌거든요. 매력은 작은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대놓고 욕을 퍼붓고, 눈앞에서 혐오를 드러내고, 뻔뻔스럽게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 차이를 만들려고 애써요.
그러다 보니 잘 드러나지 않는 곱고 순한 것들이 자꾸 사라져요.
자극적인 매력 하나가 나타날 때마다 보이지 않는 매력 하나가사라지고, 반짝이는 예쁨 하나를 얻을 때마다 묻혀 있는 예쁨 하나를 잃어요. 매력은 발굴하는 사람의 몫이어야 하거든요. 강요하고 발산하는 매력은 오염되고 말아요. 대가를 요구하고 대가를 지불해야 해요. 아니, 그런 대가가 아니고요, 모두 망가져 버리는 거 말이에요.

그 순간 너는 아름다움의 비밀을 풀었다. 천국에는 왜
‘만지지 마시오‘ ‘눈으로만 보시오‘ 같은 푯말들이 군데군데 붙어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름다움은 손에 닿지 않아야 완성되는 것이었다. 너는 천국을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기로 했다. 손으로 만지고 혀로 맛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싶어요동치는 마음을 싼값으로 달래는 법을 배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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