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또 울음을 터뜨렸다. 카레집에서 울던 것을 회상할 때부터 이미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카페에서 들은 얘기를 복기하는 동안에는 오히려 견딜만했다. 경아의 임신 가능성을 생각하는 동안에는 이유를설명하기 어려운 화가 났고, 끝내, 경아가 무슨 일을 겪었든이제는 상관이 없다는 사실에 생각이 닿자 비로소 눈물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경아에게 일어난 일은 이미 하나도돌이킬 수 없게 되었고, 그건 경아에게 일어난 마지막 사건때문이었다.

똑바로 앉아 무릎에 얹은 주먹에 힘을 준 채로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대학살을 벌였다.
 어떤 기분 또는 생각, 같은 것보다는 말로 잘 표현되지않는 충동이 몸속에서 회오리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먹으로 노트북 모니터를 치고 싶었다. 눈앞에 있는 거라면아무거나 내동댕이치고 악을 쓰고 싶었다. 찢어 죽이고 갈아버리고 불을 붙이고 밟아 터뜨리고 싶었다. 목적어로 무엇이든 쓸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백업 폰 앱에서 해시태그 #리아야 사랑해로 검색을 돌리니 무수한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경아를 추모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흥보다 경아를 이용해 앞다투어 한마디씩 하려고 난리들이 났구나하는 삐딱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루 사이, 짧은 시간 내에 너무 많은 감정을 소모해서인지 더 이상은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미친 소리지만, 아예 후련한 것 같기까지 했다.

우리가 연년생 자매라는 조건이 전혀 상관없는 요소는 아니겠지만, 우리 사이가 좋은건 연년생 자매라서가 아니고 임수아랑 임경아라서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때 경아의 생각은 어땠는지 알 수 없었다.
앞으로도 알 길이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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