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는데 내가 불운하다고 말하는 건웃기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계속 살아야 하고 .
나의 목표는 변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보상을 수 없는 수 없는손해는 구덩이처럼 남아 있다. 막막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자려고 누웠더니 눈물이 났다. 똑바로 눕는 것이 어색했다. 경아가 입관할 때의 이미지를 뇌리에서 떨쳐낼 수가없었다. 돌아누우면 돌아눕는 대로 눈물이 오른쪽, 왼쪽으로 흘러내렸다. 뒤척이는 기색이 옆방까지 들렸는지 벽에서 쿵쿵 주먹질 소리가 났다.
미친년이 또 지랄이네.
늘 하던 것처럼 속으로 욕을 하고 나니 이상하게도 마.
음이 놓였다. 이런 것이 일상이겠지, 또는 이런 것이 일상이라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똑바로 누웠다.

"환기 좀 할게."
매니저가 블라인드를 조금 올리더니 창문을 열었다. 앞으로 당겨서 여는 안전창문이었다.
"나 이거 열 때마다 실비아 플라스 생각한다."
"왜요."
"오븐 여는 것 같잖아."
"나쁜 농담이네요."

아무려나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도무지 쉽지가 않았다. 고맙다는 말 한 마디로 퉁칠 수 없을 만큼 고마운 게 많았다. 그래도 매니저가 내게 바라는 건 그 말 한 마디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걸 알기 때문에 그 말을 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았다. 이 사람은 사실 고분고분하고 사근사근한 나보다, 자기가 기대하는 것을 잘 들어주지 않는 나를 좋아하니까. 잘은모르겠지만 나도 이 사람이 나를 계속 좋아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임경아는 임수아 동생이니까, 임수아에게는 자기를 그렇게 믿어주는 임경아가 있으니까, 우리는 되게 중요하고 강한 사람들이 된 것 같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나이 무렵에는 더더욱, 스스로를 특별하게 생각할 근거가필요하다. 경아와 나는 서로를 특별하게 여길 근거였다. 거 창할 것 없이 실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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