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인 저 백작은 더 이상 육신이랄 것이 남아있지 않은 불쌍한 영혼입니다. 그러니 육신을 가지신 왕비님께서 저 불쌍하기 그지없는 영혼을 조금만 사랑해 주십시오. 잘생긴 라 몰의 영혼을 조금만 사랑해 주십시오. 왕비님께서 말을하지 못하시겠다면 몸짓만 보여주셔도 됩니다. 그냥 미소만 보여줘도됩니다. 그는 유식한 영혼입니다. 그는 모든 것을 알아들을 것입니다.
빌어먹을! 안 그러면 제가 칼을 뽑아 르네의 목을 베어버릴 것입니다.

이보게 친구! 내 말 잘 들어! 우린 아무리 잘해봐야 음모 속의 그림자에 불과해, 가담하면 결국 희생자가 되고 말 거야. 왕비는 자네에게일시적으로 끌리고 있고, 자넨 왕비에게 환상을 품고 있네, 그게 다야난 자네가 사랑에 목숨 거는 건 말리고 싶지 않네. 하지만 정치에 말려들지는 말게."
"코코나! 자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난 환상이아니라 진짜로 왕비님을 사랑해. 내 모든 영혼을 바쳐서 말이야. 어쩌면 내가 미쳤는지도 몰라. 하지만 자넨 현명해. 절대로 이 일에 말려들지 말게. 난 자네까지 고통받는 건 원치 않아."

"사실 말이 왕이지 그는 왕국도 없는 왕이오."
"마마. 왕을 만드는 것은 왕국이 아니라 태생입니다."

그녀가 느끼는 좌절감은 적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끊임없이 덫에서 빠져나가는 앙리가 어떤 전지전능한 힘의 보호를 받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막을 수 없는 어떤 운명이라고 할까. 그런데도 그녀는 애써 모든 것을 우연으로 돌리려고 했다. 내일이면 순식간에 퍼져나갈 이 미수 사건으로 앙리가 오히려 신교도들로부터 입지를 굳힐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녀는 울화가치밀었다. 그녀는 이 우연이 혹시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자신의허리에 있는 피렌체 단검으로 앙리에게 미소 짓는 운명을 찔러 버려야한다고 생각했다. 

"네 동생을 멀리 보내려고 하는 것이 그를 싫어해서가 아니냐?"
"하! 하! 어머니.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제가 왜 그 애를 좋아해야 합니까? 또 그 애는 저를 좋아할까요? 아니 어머닌 저를 좋아합니까? 내 개들과 유모 빼고 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줄 아십니까? 아뇨, 없습니다. 제가 미워하는 만큼 그 애가 저를 미워해도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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