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
애머런스 보서크 지음, 노승영 옮김 / 마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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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책을 읽고 ( 주변에 책 읽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상대적인 양이다) 책을 좋아하며 이삿짐을 싸면서도 노끈으로 혹은 작은 박스에 손수 책을 선별해 묶고 담는 수고를 마다치 않는 사람이다보니 이 책에 대한 입소문에 무심할 수 없었다.

책의 기원으로부터 사물로서의 책, 내용으로서의 책, 아이디어로서의 책,인터페치스로서의 책으로 분류하여 세세하게 끌어내는 이야기는 마치 연인의 어린 앨범을 보는 것처럼 흥미롭고 때때로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아주 볼품없었던 기록의 시작과 필요, 그리고 조금씩 쓰여지고 묶여지며 '책'이라고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형태의 사물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다채로웠다. 다윈씨의 종의 기원에 맞먹는 책의 기원이라 칭해도 그다지 빠지지 않을 것 같다.

진흙덩어리에서 시작해 전자책으로 진화를 멈추지 않은 책은 인간과 함께 성장하고 인간과 함께 역사를 이어가는 매체임에 분명하다.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어지고 변형되어지며 내용과 형식의 비약적인 변화는 실로 놀라운 변화이다.

 

흥미로운 것들은 책의 구석구석의 명칭이나, 지금은 너무나 당연히 책등에 쓰여지는 제목과 저자의 표기가 책배에 있었다는 것, 죽간에 기록하기 위한 문자가 되어버린 한자의 탄생.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들의 어원이 책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 인쇄의 총아 구텐베르그씨의 의문의 1패..

 

'책을 덜 읽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읽을 뿐'이라는 이야기에는 공감이 된다. 자연스러운 세상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형태로 읽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깊이와 사유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고대 사상가들은 글쓰기를 불신했다고 했다. 글쓰기의 기술이, 구술토론을 망치고 세상과 철학과 시간과 공간을 이애하는 바탕이 되는 스토리텔링을 무너뜨릴거라고 말이다. 그들은 적어서 학습하기 보다 외우거나 누군가 읽는 것을 듣고 사유를 키우고 토론의 깊이를 채워왔던 것이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며 수십개씩 외우던 전화번호도 못외우게 된 것과 비슷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나와 연결되어진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객관화 시키고 타자화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의 외형적 변화 뿐 아니라 내용적 변화와 역사적 사실들이 매끄럽게 연결되어 가독성이 있다.

책에 관련된 빨간 페이지의 경구도 좋았고, 무엇보다 그림으로 사진으로 삽입되어 있는 책의 모습들이 좋았다.

 

정말 좋아하는 것의 역사와 본질과 발전의 모습을 확인한 것 같은 ..

그래서 더 나은 미래와 더 건강한 발전을 기대하게 하는..

그런 책.

 

비슷한 책들이 여러권 있었지만 가장 깔끔하고 번잡하지 않게 잘 정리된 것 같다.

아직까지는..

밑줄과 밑줄을 끝없이 긋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

우리가 책이라 부르는 그것의 진화와 변화는 어떻게 이어질까? 그곳에 인류의 진화된 모습도 함께 놓여지게 될까?

 

문득..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책은 인간이 필요한 시점에 놓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인간이 단속평형의 위치에 놓인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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