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때 시몬느는 이렇게 말했다. "만일 저에게몇 개의 생명이 있다면 그 하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바칠 수 있을텐데 유감스럽게도 하나밖에 없군요."

이것은 두 가지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하느님은 선이며, 이세상 바깥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 바깥에 존재하는초월적인 하느님이란 한 개인만의 하느님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시몬느가 말하는 이 세상 바깥에 있는 절대선으로서의 하느님이란,
바꿔 말하면, 이 세상이 선의 바깥에 서 있다는 뜻이다. 이 세상을지배하고 있는 것은 선이 아니라 필연성이며, 이렇게 필연성으로짜여진 세상에는 조그만 틈이나 구멍도 없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이세상에서 침묵하고 있으며, 이 세상에 개입하지 않는다. 하느님에게주의와 사랑을 돌리는 사람들에게말고는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선과 필연성 사이의 균열, 하느님과 세상 사이의 균열이시몬느의 종교적인 사고의 특징이다. 그녀는 항상 하느님에 대한순수한 사랑을 지키려 했다. 이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하느님을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하느님에 대해 참으로 순수한 사랑을 지닌사람들뿐이다. 세속적인 권력을 지닌 하느님에 대한 사랑에는 항상저속함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하느님은 전능하시지만, 그 전능하신 힘을 이 세상에서 사용하지는않는다. 오히려 하느님은 필연성에 밀려 이 세상에서 버림받고 있다.

그렇다면 시몬느가 먹기를 거부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것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실제로 시몬느가 음식을 거의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주와 애쉬포드에서의 8일간 시몬느의 위는 음식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것을치료하는 것은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으므로 시몬느는 무진 애를쓴 뒤에야 그것도 겨우 조금밖에는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둘째는 시몬느는 프랑스를 떠나올 때부터 이미 프랑스 국민의 대부분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한에는 음식을 가능한 한 먹지 않기로결심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병이 난 뒤에도 이 결심을 지키려 한것 같다. 시몬느가 일단 맹세를 하고 나면 아무도 그것을 깨뜨리게할 수는 없었다. 

——"이 몸과 영혼을 갈갈이 찢어 당신을 위해 쓰시고 제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도록 해주옵소서"라고 기도했던 그 여자의 생애는 여기에서 끝났으며 또,
바로 여기에서 새롭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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