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로서의 책

 책의 발전은 "사회의 증가 일로에 있는 정보 욕구"에 의해 추동되는 일련의 단속 평형이다.

 쐐기 모양을 조합하여 글자를 만들었는데, 이로써 그림문자 시대가 저물고 음절문자 시대가 열렸다. 형태로 단어를 묘사하는 방식에서 기호로소리를 나타내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정보 전달에 필요한 글자의 수도 줄었다. 언어는 그림을 물체나 개념과 일대일로 대응시기는 것이 아니라 표현되는 사물로부터 추상화되었다. 

콜로폰은 마무리 획을 일컫는 그리스어로, 마지막 장에 문서의 제작 관련 정보를 펜과 잉크로 적음으로써 책을 끝맺는다는뜻이다. 잉키피트는 여기에서 시작한다를 일컫는 라틴어로, 첫마디 어구를 책 제목으로 삼는 필경사 전통에서 유래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코덱스 형태에 하도익숙해져서 우리가 기대하는 독서 경험에 어긋나는 것은 책이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고 말없이 눈으로 글을 훑고 표지에 제목과 저자 이름을 쓰는 것은 모두 학습된 행동일 뿐이다

양피지 두루마리를 일컫는 라틴어 볼루멘(volumen)은권수를 가리키는 책 용어인 ‘볼륨(volume)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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