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비스팅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고 말을 아끼며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것. 그는 자기 감정을 내세우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의 입장에 자신을 대입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이윽고 그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는 혼자가 되기를 두려워한다는 시실을 배우게 되었다. 누구나 홀로 남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자신의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는 배지를 받아 뒤집어보았다. 가장자리가 많이 닳아 있고 한쪽 구석은 접착제가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나흘 동안 그는 경찰이 아니었다. 평소 갖고 있던 권한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고발당하기까지 했다. 자신이 좋은 형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사건의 한쪽 면만 보지 않는 능력을 갖고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진정으로경찰이 아닌 다른 입장에 선 채 사건의 다른 쪽 면을 들여다보았던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사진을 문지르자 작은 비닐 커버 위에긁힌 자국이 느껴졌다. 오래전에 찍은 사진이었다. 그 모습이 더나아 보였다. 지금보다 머리숱이 더 많고, 지금처럼 희끗희끗하 지도 않으며, 양쪽 볼에 살집도 좀 붙어 있는 모습, 하지만 지금의그가 좀더 나은 경찰이었다. 그는 배지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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