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팅은 밖으로 나가는 상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건 무슨일이 일어났느냐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질렀느냐의 문제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증거를 떠받치던 기둥이 무너지자 다른 가능성이 열렸다. 당시에는 DNA 검사 결과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고, 넓은 범위에서 진행되던 수사의 초점은 갑자기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한 지점, 한 남자에게 집중되어버렸다. 광범위한 영역에서하 개인으로, 그후 이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갔을 때, 경찰 수사는기소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를 찾는 데만 주력하게 되었다.

"우리가 세실리아 린데를 죽인 겁니다."비스팅이 되풀이했다.
"차장님이 언론에 접근해서 카세트테이프에 대해 발설한 순간, 차장님은 살인범에게서 다른 대안을 빼앗아버린 겁니다. 그는 어쩔수 없이 그녀를 처리해야만 했을 테죠."
"기자들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어. 난 그저 확인해준 것뿐이라고."
"그 때문에 그녀가 죽은 겁니다."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대부분은 결국 해결된다. 이러한사실 자체가 당시 그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세실리아 사건이자신을 무겁게 짓누른다고 느끼던 사람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루돌프 하글룬이 나타났을 때, 형사들은 마치 어깨 위에 놓인
‘짐을 더는 기분이었고, 비스팅은 성공을 거두었다는 만족스러운감정을 경험했다. 끝내 돌파구를 찾아내고 용의자를 확보해 그에게 수사의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성취한 그 모든 것들이 그들만의 관점에 따라 해석한 것이었다. 

전에도 비스팅은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었다. 주위의 압박과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성급한 결론으로 이어지는 상황.
형사들은 첫 번째 증거에 근거하여, 말하자면 그 증거에 얼마나잘 들어맞는지에 따라 다른 요소들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다.
음부터는 시야가 좁아진 나머지 냄새를 쫓아다니는 사냥개처럼 자신들의 가설에 들어맞는 증거만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통하는 길이나 자신들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것은 무시해버린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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