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딸을 용서해야 해요. 아빠를 갖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카수미는 막 잠수하러 가려던 참이었다. 카수미는 소년의 눈동자에조그맣게 맺힌 자신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다. 마치 카수미를 더 잘보려고 거기에 새겨 놓은 것 같았다.
몇 달 후, 남자들이 만에 닻을 내리고 땅 위로 올라오기 며칠 전에, 켑의 씨앗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정확히 카수미의 이모가 꿈에서보았던, 그들 가운데 누구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꽃, 훗날 열매가, 켑의 열매가 달릴 나무의 꽃이었다.
나는 녀석에게 빽 소리를 질렀고, 녀석도 내게 소리를 되돌려 주었다. 몇 초 만에 우리 사이의 공기가 붉게 채색되었다. 나는 고함을 지르며 녀석에게 문으로 나가라고 명령했다. 녀석에게 대항하기 위해 고개를 지독하게 늘여 빼야 했는데, 녀석의 숨결이 나를 스치며 어떤 달콤한 향기가 갑작스레 공간을 가득 채웠다. 라일락 꽃 향기를 비롯해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 꽃들의 향기였다. 그 냄새는 틀림없이 녀석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지니고 왔을 것이다. 우아한 동시에 무겁고, 유혹적이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냄새였다. 그렇기는 해도 녀석이 고개를 숙일 때에야 겨우 나도 고개를 숙였다. 화난 눈으로 노려보려는 시도는부질없었다. 오로지 우주의 검은색뿐인데 대체 어디를 응시해야 한단말인가.
그러니 교회는낭비다. 우리 모스크에는 금요일 예배 시간에 언제나 아주 많은 사람이 갔다. 내 생각에는 교회를 나눠 써도 좋을 것 같다. 기독교인들은 일요일에 가고 금요일에는 무슬림들이 가는 거다. 교회를 조금만 개축하면된다. 괜찮은 생각 아닌가? 난 다시 한번 곰곰 생각해 보고는 바바에게 묻는다. 하지만 안 되는 이유들이 또 꼭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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