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미미의 가장 놀라운 점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이미 갖고 나온 노인의 마음씨라고 말했다.
"미미는 언제나 자신을 가장 나중에 생각해."
엄마가 설명했다.
데이비드는 그런 마음을 왜 노인의 마음씨라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미미가 자신을 가장 나중에 생각한다는 엄마 말은 맞았다. 

원하는 것을 원할 때마다 얻는 것. 데이비드는 미미처럼 노인의 마음씨를 지닌 누군가도 그런 자유를 마음에 들어 할지 궁금했다.
오래전에 자유의 땅은 정의의 땅이라고 불렸다. 사람들은 ‘정의‘가무엇인지에 대해 두꺼운 책들을 썼고, 마지막에는 정의란 자유와 같은뜻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빠는 이렇게 설명했다.
 "네가 구두장이이고, 구두를 수선해서 돈을 번다고 가정해 보자. 다른 곳에 망가진 구두가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구두를 수선하러 그곳에 갈 수 있어야 하지. 그게 정의롭지, 안 그래?"
데이비드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데이비드의 방에는 풍성한 모피 외투를 입어서 하얀 북극곰처럼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보아하니 부자의 땅에서 온 것 같았다. 화장실 옆에는 아직 방을 배정받지 못한 작은 남자가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 느긋하게 바닥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데이비드는 남자가 휴식의 땅에서왔으리라 결론지었다. 생각의 땅, 괴로움의 땅, 고집의 땅, 궁핍의 땅,
시간의 땅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또 자고 먹고 화장실에 갔다. 날마다 날마다….


"공정하지 않아요!"
데이비드는 공무원에게 말했다.
"뭐라고?"
공무원이 물었다. 두 눈이 가늘어지며 친절함이 완전히 사라졌다.
"여긴 자유의 땅이죠."
데이비드가 말했다.
"나도 안다."
"여기서는 인간적 삶을 이루는 모든 것을 자유로이 펼칠 수 있지요.
다만 가장 중요한 것, 인간 자신만 빼고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젊은이?"
"우리는 돈과 재산, 희망과 사랑을 엄마에게 보내도 되는데, 우리 자신은 오면 안 되잖아요. 그건 공정하지 않아요!"
"아, 그래?"
데이비드는 고개를 저었다.
"돈과 재산과 만질 수 없는 것들이 인간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면, 그것이 자유의 땅이라고 할 수 있나요?"
공무원은 잠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썰매를 언덕으로 끌고 올라가는데, 회색 구름이 갈라졌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를리요는 그 뒤의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 거기 태양이 있었다! 태양은 흐릿하고 작고 아주 멀리 있었다. 아무튼 아주 강렬하게 빛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거기 있었다.
태양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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