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는 행복하면 사납게 주둥이를 간다. 앵무새는 격노하면 흥분해서 춤을 춘다. 앵무새가 우리를 무는 것은 애정이 있기 때문인데, 그 애정은 피가 나는 상처를 남긴다. 앵무새가 토해 내는 선물은 헌신의 표시이다. 이런 이상한 감정 표현을 두고
‘행복‘이니 ‘노여움‘ 이니 ‘애정‘이니 하는, 인간의 오만한 단어들은 그저 허공에 날리는 하찮은 겨에 불과하다. 그런 단어는 쥐라기의 아침기도처럼 우리 고막을 뒤덮는 앵무새의 소리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 소리는 번역이 불가능하며 대꾸할 수도 없다. 앵무새도 그런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남자는 소장한 책들을 보여 주었다.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남자가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아주 뜻밖의 장소와 사람에게서 천재성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글을 읽지 못하면서도 독서가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체험했고, 숲 도서관이라는 믿어지지 않는 구상을 해냄으로써 자기 체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곧바로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직접 우편함을 만들 수 없기에 돈을 주고 샀다.
우편함에 옛날 책들을 채웠다. 오래전에 좋아했던 책들 가운데서 골랐다.
한편으로는 책과 헤어지기가 힘들었지만, 그 보답으로 사람들이 책을 발견하고 지을 표정을 상상했다.
책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집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책들도 세상으로 나가 여행을 해야 한다.
바람에 흩어지는 낱알들처럼.

선생님이 첫 단어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나는발끝부터 빨개지기 시작했다. 그 빨간색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그냥 빨간색이라기보다는 미소였고, 미소로 이루어진 태양이었다! 내이야기가 끝나자 모두들 박수갈채를 보냈다.
나는 내 마법의 힘을 발견했던 것이다. 나는 이야기를 하게 될 거다.
그날부터 그 어느 것도 평범한 것은 없을 거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머랭들도 깨어났다. 그들은 쟁반 가장자리에 빈자리가 생긴 것을 금방 알아차리고 거기 누가 있었을까 궁금해했다.
모두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머랭들은 수를 세어 보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잘되지 않았다. 모두들 동시에 세기 시작했고, 곧 모두 뒤섞여버리고 말았다. 분명히 누구 하나만 세도록 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그것도 간단하지 않았다. 누가 셀 것인지 한동안 의견을 모을 수 없었기때문이다. 마침내 결론을 얻는 데 성공했을 때 머랭들은 또 하나의 문제에 부딪혔다. 원래 몇이었는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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