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생각이 분명해짐에 따라 내 안에서 올라오는 조용하고 차분한 그 무엇에 주의를 기울였다. 내가 잔인성과 처음으로 조우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나는잔인함이 내 안에서 뭉치는 것을, 계획을 세워감에 따라 점점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침대 위에 길게 누워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내 분노의 정도가 그 원인에 비해 어찌나 과도했던지. 그날 오후 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화가 났음에도 문이 밖에서 잠겼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두세 차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려고 하다가 문이 열리지 않아 깜짝 놀라기까지 했다.

 프랑스어에서 ‘페르 라무르‘ 라는 말은 각 단어의 의미에서 떨어져 나오며, 지그히 음성언어적인, 그 자체의 매력을 띤다. 페르‘라는 물리적이고실증적인 단어가 ‘아무르‘라는 단어의 시적 추상성과 결합되어 나를 매혹했다.


2. faire l‘amour, ‘성행위를 하다‘ 라는 뜻의 관용구, ‘페르(faire)‘는 ‘하다‘, ‘아무르 (amour)‘는 ‘사랑‘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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