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의 시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체사레 파베세 지음, 김운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그매번 그것은 찢어짐,
매번 그것은 죽음.
우리는 언제나 싸웠다.
싸움을 결심한 사람은
죽음을 맛보고,
핏속에 갖고 다닌다.
더이상 증오하지 않는
착한 적들처럼
우리는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고통을 갖고 있고,

(그 당시 비겁한 우리는)

그 당시 비겁한 우리는
속삭이는 저녁을
사랑했고, 집들,
강변의 오솔길들,
그곳의 빨갛고
더러운 불빛, 감미롭고
말없는 고통을 사랑했고,
살아 있는 사슬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침묵했지만, 가슴은
피로 튀어올랐고,
더이상 달콤함이 없었고,
강변의 오솔길에서
방황하지도 않았고,
더이상 하인이 아닌
우리는 홀로 살 줄 알았다.

아침이면 당신은 언제나 돌아온다.



새벽의 여명은
텅 빈 거리들 끝에서
당신의 입으로 호흡한다.
당신의 눈은 회색빛,
어두운 언덕 위
새벽의 달콤한 이슬방울.
당신의 걸음과 당신의 숨결은
새벽의 바람처럼
집들을 뒤덮는다.
도시는 진율하고,
돌들은 냄새를 풍긴다-
당신은 삶, 깨어남.

새벽의 빛 속에
사라진 별.
산들바람의 서걱거림,
따스함, 호흡-
밤은 끝났다.

당신은 빛, 당신은 아침.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죽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도 자지 않고 귀머거리처럼
우리와 함께 있다. 오래된 후회나
불합리한 악습처럼, 당신의 눈은
공허한 말, 소리 없는 함성,
침묵이 될 것이다.
당신 혼자 거울을 향해
몸을 숙일 때 매일 아침 당신은
그것들을 본다. 오, 사랑스런 희망이여,
그날 우리도 알게 되겠지.
당신은 삶이, 당신이 죽음이라는 것을.

당신의 가벼운 걸음은
고통을 다시 열었다.
초라한 하늘 아래
땅은 차가웠고,
무감각한 꿈속에
갇혀 움직이지 않았다.
깊은 가슴 속에서
추위도 달콤했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희망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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