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비가 내리는 것을 보았다. 무덤들 위에, 언덕에, 낙엽과 진흙으로 누런 땅바닥에. 하지만 흙냄새 위에도, 물을 빨아들이던 꽃들의 고갈된 악취에도, 꽃들, 별장들 사이에도 빗방울이 떨어졌다. 다만 언덕의 다른 쪽에서 바람결에 포도밭의 냄새가 실려 왔다.
우리가 가진 덕성은 이것뿐이다. 매일매일 삶을 시작하면서—땅 앞에서, 침묵하는 하늘 아래에서 깨어남을 기다리는 것. 누군가는 놀란다, 새벽은 힘든 노고이기 때문에 깨어나고 깨어나는 동안 노동은 완성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전율 속에서 미래의 노동에 몸을 던지고 다시 흙을 깨우기 위해 산다. 때로는 깨어나고, 또다시 우리와 함께 침묵한다.
다른 때에는 새벽에 깨어남이 날카로운 고통, 빛의 후려침이었지만, 해방이 되기도 했다. 흙의 인색한 말은 잠깐 동안 행복했고, 죽는다는 것은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다. 지금 기다리는 육체는 너무 많은 깨어남의 찌꺼기,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굳어버린 입술은 그런 말조차 하지 않는다.
노인은 새벽부터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젊어진 세상에서 한때 젊었던 그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노인의 헐벗고 야윈 육체가 어떤지, 청년과 여자가 지닌 육체의 활력을 잘 아는 그가 그걸 바라보면서 어떻게 아침을 보내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청년의 눈은 노인을 보지 않고 끊임없이 거리를 두리번거린다. 그들은 노인이 모르는 삶을 지니고 있다.
(당신도 사랑이다)
당신도 사랑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당신도 피와 흙으로 만들어졌다. 당신은 집의 문에서 멀어지지 못하는 사람처럼 걷는다. 기다리고 보지 않는 사람처럼 바라본다. 당신은 괴로워하고 침묵하는 흙. 당신은 놀라고 피곤하고, 당신은 말한다- 기다리며 걷는다. 사랑은 당신의 피-그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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